사물로 쓰는 시

exhibited by NR Ceramics  




  무성한 8월의 가운데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나날에 한 줌의 여유를 줄 일상의 사물을 소개합니다.


  엔알세라믹스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들어 여백을 선사하고, 일상 속 여백의 순간을 함께하고자 합니다. 자연과 예술의 의미를 가장 간결한 형태로 풀어낸 사물들은 마치 시처럼 공간의 분위기를 은은하게 물들이고 우리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킵니다. 각자의 시선에 따라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 싱그러운 나뭇잎, 새의 둥지와 같은 모든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들을 만나보세요. 함축과 여백을 담은 사물을 통해 이누리 작가가 써 내려간 시는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고 차분한 일상을 향유할 수 있게 해줍니다.


  메이크폴리오의 공간을 만난 엔알세라믹스 작품들은 어떤 감상을 불러일으키게 될까요. 

단순한 선과 색이 선물하는 쉼의 시간을 통해 잠시 속도를 낮추고 사물로 쓰인 시를 읽어보는 고즈넉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시 일정 ㅣ 2022. 08. 11 - 2022. 09. 04

전시 장소 ㅣ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서촌


@makefolio_seochon   @makefolio_official

브랜드 소개



NR Ceramics 엔알세라믹스


공간에 동화되어 일상에 자연과 예술의 가치를 전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목표로 합니다.

엔알세라믹스의 기물이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사람들이 그 기물을 매개로 생활 속에서 느린 속도감을 유지함으로써 자유롭고, 편안하고, 안락한 일상을 누려가길 바랍니다. 

그러한 이유로 엔알세라믹스에서는 작업 자체가 돋보이는 디자인, 과도한 연출을 지양합니다. 

공간에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여백을 선사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여유와 쉼의 가치를 전달할 것입니다.

INTERVIEW


Q.  패션을 전공하셨는데, 도자 브랜드를 전개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섬유와는 많이 다른 소재인 흙을 다루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패션을 전공하고 리빙 분야에서 일도 해봤지만 늘 작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사실은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조소 대학원을 준비했고 합격도 했었지만 합격하고 나니까 현실적인 문제들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때는 제 선택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과감히 포기하고 취직한 후, 몇 년을 일하다 보니 다시 작업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그러던 중 취미라도 가져보자 해서 시작한 게 도자기였어요. 도자기에 점차 빠지다 보니 작업하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흙은 다른 소재에 비해 예민해서 처음에는 다루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도자기만 30년 하신 선생님을 쫓아다니며 열심히 배웠고 지금도 배우는 중이에요. 하지만 도자기를 배우면서 저만의 장점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기술적인 면은 부족할 수 있지만 전공자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공예와 도자기 분야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Q.  취미로 시작한 분야에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점이 흥미롭습니다. 취미가 업이 되었을 때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 새로운 취미가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취미가 업이 되고나서부터는 이전의 취미가 더 이상 나의 즐거움 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뒤따르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해야만 했고, 도자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었기에 주말도 없이 제작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힘들게 찾아가며 익혀야 했어요. 그런 이유로 엔알세라믹스 초반에는 지금의 선택을 후회한 적도 많아요. 그러던 중 문득 처음 만들었던 도자기를 보고 지금의 내가 예전에 바라던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 이후로는 내가 정한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는 생각에 하기 싫은 일들도 기꺼이 할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요즘은 하고 싶은 작업도 하면서 즐겁게 엔알세라믹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다도를 배우고 있어요. 취미가 업이 되니 또 다른 취미를 찾게 되더라고요. 도자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고 차 마시는 순간만큼은 생각을 비울 수 있어서 1년째 재미있게 배우는 중이에요.

Q.  엔알세라믹스의 화병들은 옛 시대의 기물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형태라고 들었습니다. 고대의 기물에서 영감을 받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대 기물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기물이나 형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옛 시대의 기물을 보면 무수히 많은 형태가 존재해 왔고 새로운 걸 디자인 하는게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래서 이미 완성되어 있는 형태를 다듬어 우리 눈에 익숙하면서도 지금의 시대와 어울리는 기물을 디자인 하고자 했죠.


  그리스 고대 기물 중 암포라, 스탐노스 등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형태적 특징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입구부터 바닥까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라인을 선호하기도 하고 이국적인 무드가 느껴져서 더 애착이 가요.

MAKEFOLIO :

작업의 큰 기반이 된 고대 기물의 양식들을 어떻게 접하시고 공부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관련된 서적이나 자료를 많이 보시는 편인가요?

  화병이 도자기를 배우게 된 계기라고 할 만큼 좋아해서 고대 기물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연습 삼아 만들어 볼 기물의 자료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현재도 물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여러 종류의 서적과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 중이에요.

Q.  지난 5월 테이블웨어 컬렉션인 ‘HIN’라인을 선보이셨습니다. 기존 화병과는 다른 용도의 식기를 제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현재 엔알세라믹스와 개인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기존 화병에서 우리 눈에 익숙한 형태를 보여줬다면 새로운 컬렉션은 개인 작업의 연장선장처럼 생각했어요.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엔알스러움을 형태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형태와 더불어 실용성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였어요. 그렇게 탄생한 ‘HIN’은 제 작업에서 보이는 비정형의 곡선을 담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사용이 용이하도록 디자인, 유약 등을 세심하게 고려한 컬렉션이에요.

Q.  작업에 있어 ‘간결함', ‘자연스러움’을 중시하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게 간결함과 자연스러움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작업에서 간결함과 자연스러움이란 기존의 상태를 포용하고 아우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제 작업이 공간에 놓여졌을 때 혼자 우뚝 서거나 주변의 분위기를 흩뜨리지 않고, 그 속에 동화되어 공간의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는 역할로써 작용하길 바라요.

Q.  작품이 공간에 놓여졌을 때를 상상하며 작업하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이 놓여진 공간 중 가장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생각하시는   공간이 있나요? 또는 작가님이 작업 과정에서 상상하시는 공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작업하면서 특정한 공간을 상상하지는 않지만 선호하는 공간은 있어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이요. 제 작업은 도자기와 조형 작업으로 나뉘는데 도자기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사물이고, 조소는 공공 예술로써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경험 가능한 예술이에요. 그 점은 제가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이기도 하고, 엔알세라믹스의 모토인 ‘일상에 자연과 예술의 가치를 전할 수 있는 디자인’과도 맞닿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작품이 놓이는 공간은 중요한 것 같아요.

Q.  엔알세라믹스를 통해 여유와 쉼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작가님은 일상 속에서 여유를 어떻게 즐기시나요? 

작가님만의 쉼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작업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요. 저는 지치지 않고 두 가지를 꾸준히 이끌어 가기 위해서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저녁에 좋아해는 노래를 틀어놓고 간단히 차를 즐기는데 그 짧은 시간이 하루를 보내는 원동력이 되어줘요. 그 순간을 이루는 노래, 차, 꽃, 기물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공간에 머물면서 이를 감상하고 일상의 평화로움을 느끼죠. 엔알세라믹스를 통해 처음 선보였던 기물이 화병이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화병은 꽃을 꽂는 용도도 있지만 그 자체로 장식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심미적 만족감을 주는 기물이에요. 엔알세라믹스가 사물을 통해 일상의 여유와 쉼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길 바라요.

Q.  엔알세라믹스에서는 작품의 색상을 베이지 톤과 블랙 톤으로 유광과 무광으로 구분하여 네 가지 옵션을 선보이고 계십니다. 간결하지만 각각의 매력이 돋보이는데 색상을 이렇게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혹시 추후 다른 색상도 추가될 예정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엔알세라믹스를 시작하기 전 정말 다양한 도자기를 수집하고 사용해 봤어요. 오랜 시간 도자기를 사용하다 보니 결국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건 단순한 색상의 기물이더라고요. 그래서 엔알세라믹스의 기물 역시 그런 색상들로 전개하기 시작했죠.


  최근 프랑스 남부 지역으로 한 달간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의 다채로운 색감과 풍경을 보고 도자기에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은 구상 단계에 있지만 파랑, 초록 계열의 유약을 개발해 볼 계획입니다.

Q.  최근에 다녀오신 유럽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가장 인상깊었던 장소나 작가님 개인적으로 감명받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었나요?


  프랑스 남부 엑상 프로방스에서 3주간 머물며 제가 가장 감명 받았던 부분은 ‘느림과 자연’이었어요. 이제까지 여행 중 그렇게 오랜 시간 계획 없이 한 곳에서 머문 적은 없었어요. 한적하고 작은 마을에서 느리게 생활하며 그곳의 자연을 여행하다 보니 한국으로 돌아올 때 쯤에는 스스로 생각이 많이 변화해서 놀라웠죠. 그 덕분에 여행에서 돌아와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는 중이에요. 예를 들면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컬러의 옷을 입어보는 것과 같이 아주 단순한 일들이요. 이런 일들이 누군가한테는 별 일 아니겠지만 저한테는 정말 큰 변화로 느껴졌어요. 이전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번 여행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고, 앞으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Q.  영감을 얻게된 계기나 제작 과정에서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제가 최근 가장 많이 작업하고 있는 볼 형태의 ‘추상의 실재’라는 작품이에요. 볼은 표면적으로 실생활에 사용되는 기물이지만 저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볼을 만들지 않고 둥근 볼을 비정형의 형태로 찌그러뜨려 앞뒤로 겹쳐지는 라인을 통해 자연의 선을 그리고자 했어요.


  이 작품의 재미있는 포인트는 저는 이 작품을 작품으로써 뒀는데 감상자는 볼로만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만약 감상자가 작품을 보고 ‘왜 볼을 작품으로 뒀을까’를 질문한다면 거기에 큰 의미가 있는 거죠. 그 질문 자체가 공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Q.  사물에 함축적 의미를 담아내는 일에 대해 적어주신 내용이 인상깊습니다. 엔알세라믹스를 경험할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어떤 체험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으셨나요?


  ‘사물에 함축적 의미를 담아낸다’는 말은 시에서 의미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것과도 같아요. 제가 작품을 만들면서 의도한 바는 있겠지만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기에 그 해석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그저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을 살펴보고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해석해 봄으로써 작품과 전시 공간이 새로운 생각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Q.  엔알세라믹스와 이누리 작가님의 개인 작업물로 두 가지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시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나갈 예정이신지, 작가님이 그리고 계신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엔알세라믹스는 제가 디자인하고 디렉팅 하지만 실용적이고 상업적인 도자기를 선보이는 브랜드이고, 개인 작업은 말 그대로 제 작품 활동이에요. 그렇기에 엔알세라믹스는 제 작품 활동과 별개이고, 앞으로 도자기 이외에도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개인 작품은 온전히 제 주관성이 들어간 결과물로 앞으로 더 새로운 시도와 재료를 작품에 적용하고 실험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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