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ts : 매듭짓다
exhibited by Boaz atelier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무사히 달리기 위해, 혹시나 풀어진 끈을 밟고 넘어지지 않도록. 견고히 매어진 끈은 당신의 발걸음을 지지하는 마음, 안녕과 무탈한 완주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이어서 눈치채지 못한 매듭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진심 그리고 삶의 한 땀과 닮아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달리는 동안 스치는 풍경들이 필름처럼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보아즈 아뜰리에는 실 그리고 다양한 재료들을 엮으며 삶의 과정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실로 시작하여 하나의 커다란 면이 되는 마크라메라는 공예가 매일이 쌓이고 각각의 선택들이 얽히며 만들어지는 우리의 삶과도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보아즈 아뜰리에의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작업들을 한 데 모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의 하루하루를 조명하고 위로하고자 하는 매듭의 흐름을 따라 시선을 두어보세요. 우리는 올해에 어떤 것들을 지키며 또 한 편의 이야기를 지었을까요. 그 견고하고 따뜻한 매듭들이 당신의 매일을 지켜가고 다음 걸음을 내디딜 힘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전시 일정 ㅣ 2022. 11. 08 - 2022. 12. 04
전시 장소 ㅣ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서촌
작가 소개
Boaz atelier (보아즈 아뜰리에)
보아즈 아뜰리에는 ‘당신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갖고 작업하는 아트 브랜드입니다. 지키고자 하는 힘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때론 지키는 대상이 나를 일으키는 그 단단하고 따뜻한 동시적 흐름을 표현합니다. 실 작업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재료와 조화를 통해 실의 매력을 보다 신선한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시간을 쌓아 엮은 매듭들은 부드러운 견고함과 어떤 형체라도 품어지는 너그러운 속성을 담고 있습니다. 견고하게 쌓아간 매듭과 매듭들이 당신의 하루를 굳건하게 지켜갈 힘이 되길 바라며 보아즈 아뜰리에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매듭들을 선보입니다.
Q. 보아즈 아뜰리에에서 보여주고 계신 ‘뜨개’와 ‘마크라메’가 낯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두 방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뜨개, 마크라메, 직조 모두 실 공예의 하나로 각 공예마다 실이 엮이는 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뜨개의 경우 하나의 긴 실을 코바늘, 대바늘 도구를 이용해 매듭을 지어 면을 만들어 가는 방식입니다. 마크라메의 경우는 필요한 길이만큼 먼저 실들을 재단한 후 가닥 가닥의 낱개의 실들로 매듭을 지어 면을 만들어 가는 방식입니다.
직조의 경우에는 먼저 세로 실인 경사를 직조 틀에 걸어 둔 뒤 가로 실인 위사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실을 쌓아 면을 만들어 가는 방식입니다. 세 가지 실 공예 모두 실을 사용하여 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매듭들이 엮어지는 방식의 차이로 구분됩니다.
정리하자면 가장 큰 차이는 뜨개는 한 개의 실로 매듭을 만들어가며 마크라메는 재단한 여러 실들로 매듭을 만들고 직조는 먼저 세팅된 세로 실에 가로 실들을 쌓아가며 실들이 엮여 직물이 완성됩니다.
따라서, 같은 실을 사용하지만 각 공예마다 과정과 완성품의 매력은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더욱더 그 매력들 사이에서 무한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가구디자인을 전공하며 나무를 다루던 작가님이 처음 ‘실’이라는 소재를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실을 접하고 처음 느꼈던 감정 또는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가구 디자인 학부 전공을 졸업 후 패션 업계에서 MD, 유통 관리 등 사무직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가구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저와는 맞지 않다 생각하여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리, 분석, 관리 등 반복적인 일들을 하다 보니 창의적인 일에 대한 욕구가 다시금 되살아나게 되었고 더 늦기 전에 나의 것, 가장 즐거우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초등학생 때부터 외길을 걸어온 미술, 예술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무가 아닌 나와 잘 맞는 공예, 예술이 무엇일까라는 고민 끝에 퇴사 후 우연히 직조라는 공예를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겨 배우게 되었습니다. 직조를 배우는 와중에 때마침 지인이 뜨개를 알려주어 코바늘 가방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실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생겨 다른 실 공예들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마크라메라는 매듭 공예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 모든 일들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세 가지의 공예를 동시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마치 실이라는 소재가 운명적으로 내 삶에 다가온 느낌이었습니다.
실을 만지면서 엄청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무언가에 내가 이만큼 집중할 수 있구나. 더 배우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더 만들고 싶은, 평생 미술을 한 저이지만 처음 느껴보는 즐거움과 열정이었습니다. 매듭을 지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이었습니다. 실의 촉감, 색감뿐만 아니라 매듭이 지어지는 방식, 특성, 구조 자체도 흥미로웠습니다. 변화를 추구하고 즉흥적이며 유연한 저에게 딱 맞는 재료이자 공예였습니다. 처음 실 공예를 시작했을 때 가장 큰 바램은 지금 느끼는 열정과 즐거움이 정말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너무 좋은 걸 보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평생의 즐거움의 요소를 하나 찾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Q. 매듭을 통해 삶의 한 편을 표현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과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매듭은 실이 엮어지는 하나의 개체입니다. 그리고 그 매듭들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면을 만들고 완성됩니다. 하나의 매듭이 마치 인생의 ‘오늘’ 같았고 그 매듭들이 무수히 많이 반복되어 완성되는 직물이 우리의 인생 전체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매듭 하나가 지어지는 과정은 반복되는 행위이지만 손의 장력과 실의 거침에 따라 분명 다르게 지어집니다. 그 모든 매듭들이 엮여 완성되면 각자의 늘어짐과 모양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게 되기도 합니다. 때론 유난히 다른 매듭 하나가 완성이 되어도 특유의 다름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형태가 우리의 삶의 한 부분 같이 느껴졌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일상들이 모여 하나의 추억, 인생을 만들고 유난히 인상깊은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되고 새겨집니다. 모든 시간과 생각들이 쌓여 나의 인생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매듭을 통해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완성되길 바라며 고단한 하루도 꼭 엮여야만 하는 매듭이라 생각하며 힘을 낼 수 있길, 그렇게 완성된 포근한 직물이 당신의 하루를 안아줄 수 있길 바랍니다.
Q.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자본주의 시대에서 공예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공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작가님이 하고 계신 시도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사실 적극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공예라는 가치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이는 일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실 공예에 있어서 기존의 할머니 때부터 해오던 뜨개라는 관념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가방과 옷을 뜨는 것뿐만 아니라 뜨개, 매듭 공예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인테리어 소품이나 아트 오브제 등으로 범위를 확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듭 자체를 미적인 관점으로 더 부각시키고 색다른 재료와의 결합을 통해 실이 갖고 있는 재질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예전보다는 뜨개, 매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러한 관심에 맞게 더욱더 새로운 형태의 실 공예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실 공예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이 곁들여진다면 대중들이 그저 예부터 전해온 전통 공예라는 인식을 넘어 현대와 공존하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적 가치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매듭을 새로운 재료와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계신데, 그 중에서도 시멘트를 매듭과 결합하신 점이 흥미롭습니다. 시멘트라는 소재를 사용하신 이유가 궁금하며, 추후 또 새롭게 사용해보고 싶은 소재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아무래도 직물은 면적인 재료라 면으로써 할 수 있는 작품의 형태는 한정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실이 갖고있는 재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부피감과 무게감을 주는 소재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레진과의 결합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레진의 부피감, 투명함이 실과 결합 했을 때 실의 부드럽고 흩날리는 선적일 질감이 훨씬 극대화되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재료와의 결합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레진이라는 소재가 화학적인 물질이며 지속 가능한 작업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멘트라는 재료를 사용하게 되었고 레진과는 다른 질감의 재료지만 회색의 색감과 투박한 재질이 오히려 실과 만났을 때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와 신선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예전부터 제가 노출 콘크리트나 회색 질감의 돌 적인 느낌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시멘트라는 재료를 처음 들었을 때는 거친 느낌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사용하는 시멘트는 모래가 첨가되지 않은 순수한 가루와 물의 배합으로 만들어지는 재료입니다. 생각보다 보드라운 느낌의 표면이 나타나 그 오묘한 반전 매력에 빠진 것 같습니다. 추후에는 유리나 세라믹과의 결합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Q. 실 공방을 운영하며 클래스도 진행하고 계신데요, 보아즈 아뜰리에를 찾아주신 분들과의 수업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공방에서 클래스를 진행할때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은 수강생들이 공예 자체에 집중하며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실 때 입니다.
사실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는데 있어 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 클래스를 하게 되었을때 엄청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하면서 딱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마크라메의 매력을 믿자. 나는 그저 이 클래스를 수월하게 즐기실 수 있게 도와 드릴 뿐 진정한 즐거움은 마크라메가 주게 될거야. 마크라메를 믿자.‘ 사실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입니다. 실 공예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는 도와주는 역할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일주일의 일상에서 잠시 생각을 멈추고 손을 움직이며 만드는 것 자체에 빠져드는 모습을 볼때, 완성한 후 성취감을 느끼실 때가 가장 뿌듯하고 그 순간들이 모두 제가 작업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고 저의 작품과 클래스가 일상의 쉼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Q. ‘당신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나요?’라는 보아즈 아뜰리에의 질문이 인상 깊습니다. 보아즈 아뜰리에를 운영하고 계신 작가님이 살면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저도 완벽한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질문입니다. 아마 이 질문은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을 인지하고 그것을 매 순간 생각해 보고 답을 내려보고 하는 과정 자체가 필요하고 그 과정만으로 삶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지금의 저는 보아즈 아뜰리에를 지키고자 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오래 하고 싶은 이 일, 실 공예를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또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제게 영감이 되고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됩니다. 오래오래 서로를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신앙을 지키며 살고자 합니다. 아마 살다 보면 지키고자 하는 다른 것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위 세 가지는 방식은 바뀔지라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Q. 보아즈 아뜰리에는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보아즈 아뜰리에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의 작업이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크고 추상적인 바람이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따뜻함과 단단함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꾸준히 작업을 하다 보면 더 깊이 있는 전달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그저 보아즈 아뜰리에, 방주민이라는 작가가 끝까지 힘내서 포기하지 않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옆에 어딘가에 꿋꿋이 자리하고 있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Boaz atelier의 작품
Knots : 매듭짓다
by Boaz atelier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무사히 달리기 위해, 혹시나 풀어진 끈을 밟고 넘어지지 않도록. 견고히 매어진 끈은 당신의 발걸음을 지지하는 마음, 안녕과 무탈한 완주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이어서 눈치채지 못한 매듭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진심 그리고 삶의 한 땀과 닮아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달리는 동안 스치는 풍경들이 필름처럼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보아즈 아뜰리에는 실 그리고 다양한 재료들을 엮으며 삶의 과정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실로 시작하여 하나의 커다란 면이 되는 마크라메라는 공예가 매일이 쌓이고 각각의 선택들이 얽히며 만들어지는 우리의 삶과도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보아즈 아뜰리에의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작업들을 한 데 모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의 하루하루를 조명하고 위로하고자 하는 매듭의 흐름을 따라 시선을 두어보세요. 우리는 올해에 어떤 것들을 지키며 또 한 편의 이야기를 지었을까요. 그 견고하고 따뜻한 매듭들이 당신의 매일을 지켜가고 다음 걸음을 내디딜 힘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전시 일정 ㅣ 2022. 11. 08 - 2022. 12. 04
전시 장소 ㅣ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서촌
작가 소개
Boaz atelier (보아즈 아뜰리에)
보아즈 아뜰리에는 방주민 작가가 ‘당신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갖고 작업하는 아트 브랜드입니다. 지키고자 하는 힘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때론 지키는 대상이 나를 일으키는 그 단단하고 따뜻한 동시적 흐름을 표현합니다. 실 작업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재료와 조화를 통해 실의 매력을 보다 신선한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시간을 쌓아 엮은 매듭들은 부드러운 견고함과 어떤 형체라도 품어지는 너그러운 속성을 담고 있습니다. 견고하게 쌓아간 매듭과 매듭들이 당신의 하루를 굳건하게 지켜갈 힘이 되길 바라며 보아즈 아뜰리에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매듭들을 선보입니다.
Q. 보아즈 아뜰리에에서 보여주고 계신 ‘뜨개’와 ‘마크라메’가 낯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두 방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뜨개, 마크라메, 직조 모두 실 공예의 하나로 각 공예마다 실이 엮이는 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뜨개의 경우 하나의 긴 실을 코바늘, 대바늘 도구를 이용해 매듭을 지어 면을 만들어 가는 방식입니다. 마크라메의 경우는 필요한 길이만큼 먼저 실들을 재단한 후 가닥 가닥의 낱개의 실들로 매듭을 지어 면을 만들어 가는 방식입니다. 직조의 경우에는 먼저 세로 실인 경사를 직조 틀에 걸어 둔 뒤 가로 실인 위사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실을 쌓아 면을 만들어 가는 방식입니다. 세 가지 실 공예 모두 실을 사용하여 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매듭들이 엮어지는 방식의 차이로 구분됩니다. 정리하자면 가장 큰 차이는 뜨개는 한 개의 실로 매듭을 만들어가며 마크라메는 재단한 여러 실들로 매듭을 만들고 직조는 먼저 세팅된 세로 실에 가로 실들을 쌓아가며 실들이 엮여 직물이 완성됩니다.
따라서, 같은 실을 사용하지만 각 공예마다 과정과 완성품의 매력은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더욱더 그 매력들 사이에서 무한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가구디자인을 전공하며 나무를 다루던 작가님이 처음 ‘실’이라는 소재를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실을 접하고 처음 느꼈던 감정 또는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가구 디자인 학부 전공을 졸업 후 패션 업계에서 MD, 유통 관리 등 사무직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가구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저와는 맞지 않다 생각하여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리, 분석, 관리 등 반복적인 일들을 하다 보니 창의적인 일에 대한 욕구가 다시금 되살아나게 되었고 더 늦기 전에 나의 것, 가장 즐거우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초등학생 때부터 외길을 걸어온 미술, 예술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무가 아닌 나와 잘 맞는 공예, 예술이 무엇일까라는 고민 끝에 퇴사 후 우연히 직조라는 공예를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겨 배우게 되었습니다. 직조를 배우는 와중에 때마침 지인이 뜨개를 알려주어 코바늘 가방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실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생겨 다른 실 공예들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마크라메라는 매듭 공예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 모든 일들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세 가지의 공예를 동시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마치 실이라는 소재가 운명적으로 내 삶에 다가온 느낌이었습니다.
실을 만지면서 엄청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무언가에 내가 이만큼 집중할 수 있구나. 더 배우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더 만들고 싶은, 평생 미술을 한 저이지만 처음 느껴보는 즐거움과 열정이었습니다. 매듭을 지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이었습니다. 실의 촉감, 색감뿐만 아니라 매듭이 지어지는 방식, 특성, 구조 자체도 흥미로웠습니다. 변화를 추구하고 즉흥적이며 유연한 저에게 딱 맞는 재료이자 공예였습니다. 처음 실 공예를 시작했을 때 가장 큰 바램은 지금 느끼는 열정과 즐거움이 정말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너무 좋은 걸 보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평생의 즐거움의 요소를 하나 찾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Q. 매듭을 통해 삶의 한 편을 표현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과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매듭은 실이 엮어지는 하나의 개체입니다. 그리고 그 매듭들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면을 만들고 완성됩니다. 하나의 매듭이 마치 인생의 ‘오늘’ 같았고 그 매듭들이 무수히 많이 반복되어 완성되는 직물이 우리의 인생 전체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매듭 하나가 지어지는 과정은 반복되는 행위이지만 손의 장력과 실의 거침에 따라 분명 다르게 지어집니다. 그 모든 매듭들이 엮여 완성되면 각자의 늘어짐과 모양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게 되기도 합니다. 때론 유난히 다른 매듭 하나가 완성이 되어도 특유의 다름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형태가 우리의 삶의 한 부분 같이 느껴졌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일상들이 모여 하나의 추억, 인생을 만들고 유난히 인상깊은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되고 새겨집니다. 모든 시간과 생각들이 쌓여 나의 인생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매듭을 통해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완성되길 바라며 고단한 하루도 꼭 엮여야만 하는 매듭이라 생각하며 힘을 낼 수 있길, 그렇게 완성된 포근한 직물이 당신의 하루를 안아줄 수 있길 바랍니다.
Q.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자본주의 시대에서 공예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공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작가님이 하고 계신 시도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사실 적극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공예라는 가치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이는 일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실 공예에 있어서 기존의 할머니 때부터 해오던 뜨개라는 관념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가방과 옷을 뜨는 것뿐만 아니라 뜨개, 매듭 공예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인테리어 소품이나 아트 오브제 등으로 범위를 확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듭 자체를 미적인 관점으로 더 부각시키고 색다른 재료와의 결합을 통해 실이 갖고 있는 재질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예전보다는 뜨개, 매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러한 관심에 맞게 더욱더 새로운 형태의 실 공예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실 공예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이 곁들여진다면 대중들이 그저 예부터 전해온 전통 공예라는 인식을 넘어 현대와 공존하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적 가치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매듭을 새로운 재료와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계신데, 그 중에서도 시멘트를 매듭과 결합하신 점이 흥미롭습니다.
시멘트라는 소재를 사용하신 이유가 궁금하며, 추후 또 새롭게 사용해보고 싶은 소재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아무래도 직물은 면적인 재료라 면으로써 할 수 있는 작품의 형태는 한정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실이 갖고있는 재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부피감과 무게감을 주는 소재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레진과의 결합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레진의 부피감, 투명함이 실과 결합 했을 때 실의 부드럽고 흩날리는 선적일 질감이 훨씬 극대화되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재료와의 결합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레진이라는 소재가 화학적인 물질이며 지속 가능한 작업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멘트라는 재료를 사용하게 되었고 레진과는 다른 질감의 재료지만 회색의 색감과 투박한 재질이 오히려 실과 만났을 때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와 신선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예전부터 제가 노출 콘크리트나 회색 질감의 돌 적인 느낌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시멘트라는 재료를 처음 들었을 때는 거친 느낌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사용하는 시멘트는 모래가 첨가되지 않은 순수한 가루와 물의 배합으로 만들어지는 재료입니다. 생각보다 보드라운 느낌의 표면이 나타나 그 오묘한 반전 매력에 빠진 것 같습니다. 추후에는 유리나 세라믹과의 결합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Q. 실 공방을 운영하며 클래스도 진행하고 계신데요, 보아즈 아뜰리에를 찾아주신 분들과의 수업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공방에서 클래스를 진행할때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은 수강생들이 공예 자체에 집중하며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실 때 입니다.
사실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는데 있어 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 클래스를 하게 되었을때 엄청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하면서 딱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마크라메의 매력을 믿자. 나는 그저 이 클래스를 수월하게 즐기실 수 있게 도와 드릴 뿐 진정한 즐거움은 마크라메가 주게 될거야. 마크라메를 믿자.‘ 사실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입니다. 실 공예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는 도와주는 역할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일주일의 일상에서 잠시 생각을 멈추고 손을 움직이며 만드는 것 자체에 빠져드는 모습을 볼때, 완성한 후 성취감을 느끼실 때가 가장 뿌듯하고 그 순간들이 모두 제가 작업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고 저의 작품과 클래스가 일상의 쉼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Q. ‘당신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나요?’라는 보아즈 아뜰리에의 질문이 인상 깊습니다. 보아즈 아뜰리에를 운영하고 계신 작가님이 살면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저도 완벽한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질문입니다. 아마 이 질문은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을 인지하고 그것을 매 순간 생각해 보고 답을 내려보고 하는 과정 자체가 필요하고 그 과정만으로 삶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지금의 저는 보아즈 아뜰리에를 지키고자 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오래 하고 싶은 이 일, 실 공예를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또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제게 영감이 되고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됩니다.
오래오래 서로를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신앙을 지키며 살고자 합니다. 아마 살다 보면 지키고자 하는 다른 것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위 세 가지는 방식은 바뀔지라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Q. 보아즈 아뜰리에는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보아즈 아뜰리에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의 작업이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크고 추상적인 바람이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따뜻함과 단단함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꾸준히 작업을 하다 보면 더 깊이 있는 전달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그저 보아즈 아뜰리에, 방주민이라는 작가가 끝까지 힘내서 포기하지 않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옆에 어딘가에 꿋꿋이 자리하고 있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Boaz atelier의 작품
(주) 스테이폴리오 | 대표자 장인성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9길 24,2층
T.070-5158-9013 | makefolio@stayfolio.com
사업자등록번호 676-87-00055
Copyright ⓒ STAYFOL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