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재료가 쌓이고 맺어지는 과정을 담다,
서유작업실 SEOYU STUDIO
서유작업실은 위빙 작업을 하는 최보경 작가의 개인 작업 공간이자 위빙 클래스가 열리는 공간입니다.
최보경 작가는 위빙이 단순히 완성된 작업물과 테크닉에 초점을 두기보다 재료의 아름다움과 작업 과정에서 오는 흥미로운 순간에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일상 속 재료를 활용하여 다양한 소재를 가진 재료들의 조화를 이야기합니다.
Q. 서유작업실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려요. 서유작업실은 어떤 공간으로, 어떤 위빙 작품들이 담겨있나요?
언젠가부터 사적인 취향이 가득 담긴 누군가의 공간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저 또한 취향껏 원하는 물건들로 채워진 저만의 공간에서 작업을 시작하고자 작업실을 마련하게 되었어요.
"서유"라는 이름은, 추구하는 작업 분위기와 공간을 떠올렸을 때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어감의 글자를 조합하다 보니 탄생한 이름이에요. 서유작업실은 저의 개인 작업 공간이자 위빙 수업이 진행되는 공간이기도 해요. 하여, 쇼룸 형태가 아닌 작업하는 공간임을 드러내고자 서유에 "작업실"이라는 단어를 덧붙이게 되었어요.
저의 작업실을 채우고 있는 위빙 작품들은 계절별 작업의 결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베이지 계열의 따뜻한 컬러 톤에 내추럴한 무드의 요소들이 더해진 작업이 많아요.
Q. 많은 사람들에게 "태피스트리"라는 장르가 생소하게 느껴질 거 같은데요. 태피스트리가 무엇이며, 덧붙여 작가님이 생각하는 태피스트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태피스트리는 일정 간격으로 세팅된 세로 실에 가로 실을 교차해가며 직물을 짜는 공예예요.
실을 한 올 한 올 쌓아 올리다 보니 느린 방식으로 제작되지요. 완성작의 크기와 사용하는 실의 두께, 작업 방식에 따라 소요 시간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오로지 결과물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과정의 아름다움에 집중해 볼 수 있는 작업이예요. 태피스트리의 가장 큰 매력은 재료와 색의 제한이 없다 보니 원하는 취향대로 나만의 색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점입니다.
Q. 다른 공예와 달리 태피스트리라는 직물 공예가 공간이나 사물과 어우러졌을 때 특별히 빛을 발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태피스트리는 여러 색상의 날실과 씨실의 반복적인 교차로 혼합 색상을 만들어 냅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단일 색상으로 보여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색의 섞임이 돋보이는 작업이에요. 공간에서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을 수 있지만, 태피스트리만의 겹겹이 쌓인 시간이 주는 색의 깊이감은 다른 사물들과 어우러졌을 때 더욱더 빛을 발하죠.
Q. 소소한 일상이 쌓이고 쌓여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듯, 작가님도 위빙을 하며 작가님 만의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으신 것 같아요. 어떻게 위빙 작업을 처음 시작하게 되셨나요?
위빙은 대학 전공 수업 때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직물은 일상에서 의상뿐만 아니라 소파, 커튼, 침구 등 인테리어 전반적으로도 사용되는 너무나 익숙한 것인데요. 이러한 익숙한 직물이 얇은 실의 무한한 교차로 짜이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원단이 짜이는 원리와 원단이 가진 조직감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이제 위빙은 저의 일상이 되었고, 작업하다 보면 한두 시간은 물론이고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체감하기도 해요. 작업실에 쌓인 위빙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누군가는 자신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겠지만, 저에게는 위빙 작품이 그러한 기록물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Q. 작업에서 주재료인 실 외에도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고 계신 것 같아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작가님이 가장 애정 하는 재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계속해서 비슷한 재료만 사용하다 보면 표현의 범위에 한계를 느끼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도 이 작업을 길게 이어나가고자 스스로에게 작업에 대한 흥미를 계속해서 만들려고 하는 것도 있어요. 최근에는 종이 소재의 실과 마른 잎의 재료에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종이와 마른 잎 특유의 납작한 형태와 빳빳함은 포근한 털실 사이에서 유난히 매력적으로 돋보이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재료도 있을까요?
가죽 재료로 새로운 작업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가죽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을 실과 함께 조합해 보고 싶습니다.
Q. 작가님의 작업물은 일상성을 가진 자연스러운 작업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 곁에 오래 머물도록 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결"이라는 작품입니다. 실을 한 올 한 올 쌓아 올릴 때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쌓아내린 짜임이 특징인데요. 가벼운 느낌으로 한 올 씩 쌓아가는 손동작 속에서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과정에서 느낀 편안함이 지금까지 이어지기도 하여 일상 속 곁에 두고 싶은 작품 중 하나예요.
Q. 앞으로 태피스트리 작가로서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싶으신가요.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어떻게 경험하길 바라시나요?
저는 위빙을 통해 재료 본연의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어요.
실도 파마머리처럼 곱슬한 실, 지푸라기처럼 거칠고 납작한 실 등 질감의 종류가 정말 다양합니다. 저는 서로 다른 소재의 실을 섞어 사용하며 원하는 질감을 만들어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해요. 수공예 작업인 만큼 기계에서 생산되는 반듯함과 정교함보다는 손맛이 깃든 자연스러움과 질감이 있는 재료들로 표현되는 자연스러움이죠. 대부분의 자연물이 굴곡진 형태에 매끄럽지 않은 질감을 가지고 있듯, 작업할 때에도 형태와 질감으로 자연스러움을 담아내고자 해요.
자연스럽고 편안한 무드의 공간은 마음이 안정되고 따스함이 느껴지기 마련인데요. 저의 작품도 누군가에게 강렬하게 기억되고 싶다기보다는 은은하면서도 조금의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휴식과도 같은 작품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