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결 : 쌓을 온[蘊], 맺을 결[結]

exhibited by 서유작업실

   

   우리 일상은 작은 사물 하나로 변하곤 합니다. 공간에 놓인 작은 사물이 익숙함을 색다름으로 만들어줍니다. 선과 결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 특별하지만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사물을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쌓을 온(蘊) 맺을 결(結), <온결> 은 제목에 담긴 의미대로 재료가 쌓이고 맺어지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서로 다른 재료들이 차곡차곡 엮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우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유작업실은 재료에 경계를 두지 않고, 공간에 스며들 수 있는 자연의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해 위빙의 한계를 무너트립니다. 황마, 부직포, 램스울 등 다양한 촉감과 시각적 재미를 가진 재료들을 엮어 만들어진 작품은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낸 기록물입니다. 
 직물을 짜기 위해 실을 한 올씩 쌓아올리는 과정 속에서 마주하는 매력적인 순간들은 작품에 그대로 녹아들었습니다. 늘여뜨려진 재료들 위로 들이친 햇살,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실들로부터 탄생한 우연한 색조합, 완성된 직물이 어울리는 오브제와 놓였을 때 조용히 온기를 더하는 순간들. 그 자연스러운 모든 순간이 담긴 이번 전시를 통해 은은하고도 따스한 쉼과 영감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전시 일정 | 2022. 04. 06 - 2022. 05. 01

전시 장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도감


@makefolio_dogam    @makefolio_official



 

서유작업실 SEOYUSTUDIO

서유작업실은 최보경 작가가 위빙 작업을 하는 개인 작업 공간이자 위빙 클래스가 열리는 공간입니다. 

최보경 작가는 위빙이 단순히 완성된 작업물과 테크닉에 초점을 두기보다 재료의 아름다움과 작업 과정에서 오는 흥미로운 순간에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또한, 일상 속 재료를 활용하여 다양한 소재를 가진 재료들의 조화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INTERVIEW





Q. 서유작업실의 탄생 배경과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또한, 서유작업실은 어떤 공간이며, 어떤 위빙 작품들이 담겨있나요?


  언젠가부터 사적인 취향이 가득 담긴 누군가의 공간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저 또한 취향껏 원하는 물건들로 채워진 저만의 공간에서 작업을 시작하고자 작업실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서유라는 이름은, 추구하는 작업 분위기와 공간을 떠올렸을 때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어감의 글자를 조합하다 보니 탄생한 이름입니다. 서유작업실은 저의 개인 작업 공간이자 위빙 수업이 진행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하여, 쇼룸 형태가 아닌 작업하는 공간임을 드러내고자 서유에 "작업실"이라는 단어를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저의 작업실을 채우고 있는 위빙 작품들은 계절별 작업의 결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베이지 계열의 따뜻한 컬러 톤에 내추럴한 무드의 요소들이 더해진 작업이 많습니다.

Q. 많은 이들에게 태피스트리라는 장르가 생소하게 느껴질 거 같은데요. 그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리며, 작가님이 생각하는 태피스트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태피스트리는 일정 간격으로 세팅된 세로 실에 가로 실을 교차해가며 직물을 짜는 공예입니다. 실을 한 올 한 올 쌓아 올리다 보니 느린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완성작의 크기와 사용하는 실의 두께, 작업 방식에 따라 소요 시간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오로지 결과물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과정의 아름다움에 집중해 볼 수 있는 작업입니다. 태피스트리의 가장 큰 매력은 재료와 색의 제한이 없다 보니 원하는 취향대로 나만의 색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점입니다.

Q. 소소한 일상이 쌓이고 쌓여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듯 작가님의 위빙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거라 생각되는데요. 위빙과의 첫 만남과 그 만남의 시간을 지속하며 쌓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위빙은 대학 전공 수업 때 처음 접하였습니다. 직물은 일상에서 의상뿐만 아니라 소파, 커튼, 침구 등 인테리어 전반적으로도 사용되는 너무나 익숙한 것인데요. 이러한 익숙한 직물이 얇은 실의 무한한 교차로 짜이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원단이 짜이는 원리와 원단이 가진 조직감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위빙은 저의 일상이 되었고, 작업하다 보면 한두 시간은 물론이고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체감하기도 합니다. 작업실에 쌓인 위빙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누군가는 자신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겠지만 저에게는 위빙 작품이 그러한 기록물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Q. 주재료는 실이지만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신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는 재료가 어떤 것들인지 소개해주세요. 또한 아직 진행해보지 않은 재료 중 시도해보고 싶은 재료가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계속해서 비슷한 재료만 사용하다 보면 표현의 범위에 한계를 느끼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도 이 작업을 길게 이어나가고자 스스로에게 작업에 대한 흥미를 계속해서 유발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 애정하는 재료는 종이 소재의 실과 마른 잎입니다. 종이와 마른 잎 특유의 납작한 형태와 빳빳함은 포근한 털실 사이에서 유난히 매력적으로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시도해 보고 싶은 재료는 가죽이며, 가죽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을 실과 함께 조합해 보고 싶습니다.

Q. 작가님이 위빙을 통해 재료 본연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작업하실 때 어떤 방식으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시나요?


  실도 파마머리처럼 곱슬한 실, 지푸라기처럼 거칠고 납작한 실 등 질감의 종류가 정말 다양한데요. 서로 다른 소재의 실을 섞어 사용하며 원하는 질감을 만들어 자연스러움을 표현합니다. 수공예 작업인 만큼 기계에서 생산되는 반듯함과 정교함보다는 손맛이 깃든 자연스러움과 질감이 있는 재료들로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려 합니다. 대부분의 자연물이 굴곡진 형태에 매끄럽지 않은 질감을 가지고 있듯, 작업할 때에도 형태와 질감으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Q. 재료들이 얽히고 설킨 과정에서 색의 조합과 짜임새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짜임을 구상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는지, 여러 가지 재료를 얽을 때 색을 고르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짜임을 구상하는 저만의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실을 한 올 한 올 규칙적으로 쌓는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다양한 짜임의 방식을 시도해 보는 편입니다. 이러한 시도 속에서 우연적으로 마음에 드는 짜임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색을 고르는 기준은 취향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현재 내 공간에 함께하는 물건들과 곁에 두고 싶은 물건들이 기준이 되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색을 고릅니다.

Q. 직물 공예는 시각적 몰입과 함께 재료의 촉감을 상상하게 하는데요. 작업의 과정에서 이를 특별히 더 신경 써서 제작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작품 중 "잎"은 씨실에 실을 사용하지 않고 말린 잎을 사용하여 더욱 텍스처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텍스처를 만져 볼 수 없도록 액자 안에 넣었습니다. 누군가는 부서질 것만 같은 느낌을, 누군가는 마냥 거칠 것만 같은 촉감을 상상하실 수 있는데요. 그 질감을 눈으로 보며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촉감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작가님의 작업물은 일상성을 가진 자연스러운 작업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전시의 작품 중 혹은 작가님이 만든 작품 중 작가님 곁에 오래 머물도록 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결"이라는 작품입니다. 실을 한 올 한 올 쌓아 올릴 때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쌓아내린 짜임이 특징인데요. 가벼운 느낌으로 한 올 씩 쌓아가는 손동작 속에서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과정에서 느낀 편안함이 지금까지 이어지기도 하여 일상 속 곁에 두고 싶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Q. 다른 공예와 달리 태피스트리라는 직물 공예가 공간이나 사물과 어우러졌을 때 특별히 빛을 발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태피스트리는 여러 색상의 날실과 씨실의 반복적인 교차로 혼합 색상을 만들어 냅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단일 색상으로 보여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색의 섞임이 돋보입니다. 태피스트리는 공간에서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을 수 있지만, 태피스트리만의 겹겹이 쌓인 시간이 주는 색의 깊이감은 다른 사물들과 어우러졌을 때 더욱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Q. 공간과 사물로부터 큰 영감을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 하는 구체적인 공간과 사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몇 년 전, 런던에 위치한 "디자이너스 길드"라는 패브릭 브랜드 쇼룸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패브릭 가구와 실내 장식품들을 생동감 넘치게 연출 해놓은 그 공간에서 특별한 설명 없이도 그 브랜드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공간과 사물이 주는 독창적인 힘을 처음 경험시켜 준 그 공간이 저에게는 아직까지도 진한 여운으로 기억되어 애정 하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애정 하는 사물은 서유작업실의 취향을 온전히 느낄 있게 해주는 제가 사용하는 나무와 도자기 제품들, 즐겨보는 인테리어와 사진 관련 서적들입니다.

Q. 작가님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부터 영감을 얻으신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사진 혹은 피사체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표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발리에 "누사페니다"라는 작은 섬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 보존된 그 섬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아왔는데요. 한 프레임 안에 바다를 마주한 돌 벽, 모래, 나뭇가지의 조화로움이 담긴 사진을 보며,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거친 나뭇가지를 사용하고 모래의 질감과 바다의 일렁임을 표현한 작업이 있습니다.

Q. 혼자하는 작업과 클래스 진행할 때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서유 작업실을 찾아주신 수강생분들과 함께한 시간 중에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또한 앞으로 서유 작업실은 어떤 공간으로 기억에 남고 싶은가요?


 저의 작업물에 애정을 갖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찾아주신 수강생분들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기차를 타고 먼 길을 오시는 그 시간까지도 설레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저의 하루를 더 보람되게 만들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혼자 하는 작업은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는 시간이라면,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작업에 더 책임감을 갖게 되고 긍정의 에너지를 얻기도 합니다. 좋은 경험은 즐거운 추억으로 일상에 작은 힘이 되기도 하는데, 찾아주시는 분들도 서유작업실 에서의 시간이 좋은 경험과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Q. 메이크폴리오와의 협업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도감이라는 공간에서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가요?


  평면적인 위빙 공예품이 공간 속 어떠한 위치와 형태로 놓이는지를 보여주면서 공간 속 채워진 사물들 사이에서 자아내는 위빙의 따스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도감이라는 공간에서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식물의 잎맥을 모티브로 작업한 테이블 매트입니다. 자연 소재의 실로 성글게 짜인 선의 흐름이 특징인 작품인데, 짙은 우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도감의 공간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제작하면서 공간에 맞게 제작한다는 것은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가님은 이번 전시가 열리는 도감이란 공간을 생각하며 어떤 부분을 가장 고려하셨나요?


 색을 가장 많이 고려하였습니다. 도감의 짙은 우드 톤 인테리어와 특유의 낮은 조도가 전하는 온화한 분위기가 작품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여, 편안함과 온화함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보리와 베이지를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Q. 위빙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확장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시는데, 앞으로 위빙과 엮어보고 싶은 다른 영역이 있으신가요?


  위빙과 엮어보고 싶은 다른 영역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필름 카메라의 느림과 위빙의 느림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두 가지 모두 평면적인 결과물이지만 시간과 경험이 만나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위빙과 사진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Q. 작가님이 자연이나 이미지를 통해 영감을 받았듯 그런 영감을 줄 수 있는 한 주체가 될 수 있다 생각되는데요. 작가님의 작품을 경험할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싶은가요?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자연은 무엇인가를 따라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세월이 쌓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정형화되지 않은 흔적들인데요. 저는 같은 것들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만의 고유함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저의 작품들도 제가 경험한 저만의 흔적들을 자연스럽게 담고 있는데, 앞으로도 저의 경험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작업들을 만들어가며 "서유스럽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Q. 앞으로 대중들에게 태피스트리 작가로서 어떻게 다가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어떻게 경험하길 바라시나요?


 자연스럽고 편안한 무드의 공간은 마음이 안정되고 따스함이 느껴지기 마련인데요. 저의 작품도 누군가에게 강렬하게 기억되고 싶다기보다는 은은하면서도 조금의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휴식과도 같은 작품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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