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의 기록
exhibited by 고은빈, 하루글라스, 최유정
눈부신 빛이 가득한 계절, 당신은 이 순간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나요?
바쁜 일상을 보내고 나면 숨 돌릴 틈 없이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리곤 합니다. 우리가 놓친 하루의 반짝이는 조각과 그 빛을 모아, 흐릿한 일상에 유리라는 빛의 시선을 두고자 했습니다.
이번 전시 <빛의 기록>에서는 유리라는 소재로 빛을 수집해 순간을 기록하는 세 작가를 소개합니다. 자연의 생명력을 기록하는 고은빈, 스치듯 지나간 어느 날이 되지 않게 하루를 녹이는 하루글라스, 빛이 머금은 따뜻함을 담는 최유정. 세 작가의 투명하고도 맑은 기록을 메이크폴리오에서 들여다보세요.
세 작가는 서로 다른 기법으로 유리공예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색감과 텍스쳐를 선보입니다. 유리의 투명한 표면은 빛이 닿는 매순간을 포착하고, 일렁이는 그림자를 은은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유리로 다채롭게 기록된 작가들의 이야기와 빛을 여러 시선에서 관찰해보세요. 유리와 빛이 만나 만들어진 그림자가 공간을 채우듯, 여러분의 6월이 눈부시게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전시 일정 ㅣ 2022. 05. 31 - 2022. 06. 26
전시 장소 ㅣ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서촌
@makefolio_seochon @makefolio_official
작가 소개
고은빈 Koh Eunbeen
동양화의 여백의 미와 빛의 투영성을 가진 유리의 물성을 이용하여 작업을 진행중이며 이에 따른 브랜드로 아워블랑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들이라는 뜻의 'our'와 여백이라는 뜻을 가진 불어 'blanc'을 결합한 단어로 당신과 더불어 우리들의 마음의 여백을 메운다는 뜻을 가집니다. 작품을 통해 개개인의 마음의 여백과 더불어 공간의 여백도 메워지길 기대합니다. 자연을 모티브로 자연의 아름다운 생명력에 대해 고찰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루글라스 HARU GLASS
매일 변하고 그 자리에 머물지 않기에 아름다운 '하루'의 순간을 추억하고자 유리에 담아 작업합니다. 유리가 주는 느낌 중에 시간이 갇혀있는 듯한 물성을 많이 느끼곤 했는데, 하루하루 스치듯이 지나가는 어느 날의 그 순간은 되돌아오지 않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유리에 가둬 계속 추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기가 되어 '하루글라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최유정 Choi Youjung
유리가 오브제로서 작가의 손길을 담은 따뜻한 일상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유리라는 소재가 낯설지 않고, 호기심을 유발하고, 깨질까 무서운 것이 아닌 하나쯤은 소유하고 싶은 오브제로서 삶에 작은 기쁨이 되는 것을 만들고자 합니다. 유리가 따뜻한 빛의 통로로서 생활에 스며들어 가기를, 그 빛이 누군가의 하루에 조금은 특별하고, 조금은 다른 빛으로 다가가는 유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INTERVIEW
Q. 다른 공예와는 달리 유리 공예가 공간, 사물과 어우러졌을 때 빛을 발하는 포인트가 무엇인가요?
고은빈 :
빛을 투영시켜 그 빛의 그림자로 공간의 여백을 메우는 점이 아름답습니다.
채광이 잘 드는 곳에 유리 작품을 놓아두면 시간대 별로 변화하는 빛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데요,
이 점이 유리만이 가진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루글라스 :
유리의 투명성으로 다른 사물을 투영할 수 있는 것이 제일 빛을 발하는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유리는 분명 형체가 있지만, 그 너머로 다른 사물과 공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공예와의 차이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작업하는 ‘Sweep Snow’ 작업들도 투명함과 불투명함이 공존하여 작업물을 올려둔 테이블의 질감과 색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데요, 이 또한 유리의 투명성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유정 :
유리가 빛의 통로가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유리가 가진 투명성을 통해 보이는 그림자는 유리만의 일렁임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기도, 담기도 합니다.
특히, 빛의 통로로 보이는 공간에 새로운 아름다움이 스며들 때 가장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들은 이번 전시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으며, 메이크폴리오 서촌이라는 공간에서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고은빈 :
‘자연의 생명력’이라는 주제에서 비롯된 작품들이, ‘메이크폴리오 서촌’이라는 좋은 공간에 상응하여 관람객들이 제 작품, 그리고 유리에 보다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MAKEFOLIO : 자연에서 영감을 주로 얻고 계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작가님이 특히 좋아하시는 자연물 또는 자연 공간이 있으신가요?
저는 특히 ‘산’ 속에서 보이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피톤치드를 맡으며 오르는 산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자연의 요소들과 그 소중함을 느끼며, 그러한 마음을 담아 유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글라스 :
겨울날 어떤 하루에 대한 기록인 ‘Sweep Snow’ 작업들을 보여드리며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길 위의 눈을 쓸어낸 누군가의 ’배려심’, 그 배려심이 남긴 눈 자국을 보며 느꼈던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기존 작업하던 테이블웨어보다 큰, 3개의 벽면 작업입니다. 배려심에 대한 메시지가 관람객들의 마음에 좀 더 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MAKEFOLIO : 유리 공예를 통해 ‘배려’의 메시지를 다룬 것이 인상 깊습니다. 가장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배려’의 키워드인지, 앞으로의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다른 메시지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네. ‘Sweep Snow’ 작업에서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배려’입니다. 앞으로도 일상 속 흔적을 통해 ‘배려’라는 메시지를 찾아내고, 살아가면서 놓칠 수 있는 작은 행복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을 작업으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최유정 :
이번 ‘빛의 기록’을 통해 제 작업의 새로운 기록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기존 작업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하여, 공간에 스며든 오브제에서 친숙하게 생활에 스며드는 기 작업까지 다양한 작업의 기록을 보여드리고자 하였습니다.
MAKEFOLIO : 작가님의 작품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고, 소유하고 싶은 오브제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게 그러한 느낌을 주는 오브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에서 소중함을 주는 오브제는 정정훈 작가님의 People입니다. 정정훈 작가님의 감각적인 컬러와 사람을 형상화한 쉐입이 돋보이는 작업으로, 제에게 블로잉 팀작업의 중요성과 작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알려준 작업입니다. 생활 속에서 직접 사용하는 순간마다 유리의 소중함과 기쁨을 알려주는 오브제입니다.
Q. 작품에 표현된 유리의 텍스쳐에 각자의 개성이 담긴 것 같습니다. 각기 어떤 질감을 구현하고자 하셨나요?
고은빈 :
저는 주로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하는데요. ‘고치’에서는 겉으론 다 같아 보이는 서로 다름을 보여주기 위하여 수많은 텍스처와 불투명한 효과를 내어 각기 다른 고치임을 표현하였습니다.
‘무변 인센스 홀더’는 ‘돌’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유리의 반짝이고 투명한 소재에 돌의 텍스처를 그대로 옮겨 표현하였습니다.
MAKEFOLIO : 그렇다면 작가님이 제작한 컵에 외부 표면의 패턴의 의미도 궁금한데요, 그와 어울리는 색상 선정의 기준이 있으셨나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들의 여린 잎을 담았습니다. 컵 바닥 부분에서부터 입술이 닿는 면적까지 넓게 퍼지는 모습은 여린 잎이 흔들림을 표현한 것입니다.
세상의 다양한 색상의 꽃들과 잎사귀 중 은행나무 여린 잎, 봄까치꽃의 여린 잎, 그리고 개나리의 여린 잎을 표현하고자 이같은 색상으로 선정했습니다.
하루글라스 :
‘Sweep Snow’시리즈는 겨울에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날 빗자루로 쓸어 둔 길을 유리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매우 고운 하얀 유리 파우더를 눈이 오듯이 흩뿌리고 빗자루와 같은 브러시로 파우더를 털어내어, 실제 눈이 덮인 곳을 쓸어낸 것과 같은 텍스처를 구현하였습니다.
MAKEFOLIO : 그 텍스처를 내기까지의 실험과 고민의 연속이었을 것 같습니다. 결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좀 더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만의 텍스처를 만들어내고, 작업을 구체화 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거쳤습니다. 먼저 흰 눈을 표현하는 유리 파우더의 투명도와 불투명도의 차이, 어떤 브러시를 사용했을 때 빗자루로 쓸어낸 것과 같은 자국을 남길 수 있는지, 가마에 들어가 어떤 온도로 녹여야 텍스처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까지 고민하고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탄생한 작업물입니다.
최유정 :
Hanji Series는 유리에 종이의 결을 담아내고자 ‘한지’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습니다. 한지 특유의 빛을 머금은 따뜻한 레이어의 느낌을 유리에 그대로 담아내기 위하여 다양한 소재로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한지에 가장 가까운 느낌을 찾게 되었습니다.
Fungus Series는 Hanji Series의 섬유의 갈라짐과 버섯의 갈라짐의 유사성에서 시작되었고, 버섯 형태의 디자인과 모듈화되어 쌓을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버섯의 말랑말랑한 느낌을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하였고, 상하단의 조합을 통해 나만의 화병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Glow Series는 유리 사이로 보이는 선과 버블이 마치 별자리처럼 빛나는 작업입니다. 브라스 선과 뜨거운 유리 사이 선에서 점으로 녹아 버블이 되는 과정을 그대로 유리 속에 담아내었습니다.
MAKEFOLIO : 모듈화되어 변화를 줄 수 있는 Fungus 화병이 특히나 흥미로운데요, 이 작품을 통해 유리라는 재료를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미을 전달하고자 하시는 건가요?
Fungus 화병은 유리가 주는 재료의 느낌보다 형태에서 보여지는 재미를 의도하였습니다. 크기가 다른 오브제를 쌓거나 해체하며 작품을 확장시키고, 따로 또 같이 사용하기도하고, 컬러가 다른 유닛을 서로 바꾸어 구성하며 공간에 변화를 일으키는 작은 오브제가 되어주길 바라며 작업하였습니다.
Q. 작가님들의 작업 과정을 들여다보면 유리 작업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특히 힘들거나 어려웠던 순간이 있으셨을까요?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나가시는 유리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고은빈 :
'깨진다'라는 유리 성질이 가장 힘듭니다. 뜨거운 불속에서 작업물을 만들며 다듬는 과정에서도 유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깨져버립니다. 또 가마 작업에서 만들어지는 작업물들은 유리가 녹는 온도를 알맞게 기입하지 않으면 원하는 느낌의 작업물이 나오지 않아 아주 많은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수많은 테스트 끝에 완성작을 만들어낸 성취감, 고생 끝에 나온 아름다운 결과물이 유리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MAKEFOLIO : 이후 하고 싶은 다른 유리공예 기법도 있으신가요?
빠뜨드베르라는 유리 가루로 만드는 작업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금은 블로잉, 램프워킹, 가마 작업 위주의 매끄러운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거친 표현이 가능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가진 빠뜨드베르를 이용한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하루글라스 :
유리는 정말 예민하고 섬세한 재료입니다. 작업 중 기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해도 깨지고, 온도가 갑자기 올라가거나 내려가도 깨지기에 작업 중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그럼에도 유리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과, 유리 작업 중에 보이는 유리의 물성이 재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차갑고 딱딱한 유리 결과물만 보지만 유리공예가들은 높은 온도에서 말랑말랑해지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유리들을 볼 수 있기에 그런 과정 속에서 재미를 느껴 작업을 지속해나갈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유정 :
여러 유리 작업 중 블로잉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동시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팀 작업’이라는 점입니다. 작업의 주체자와 보조자가 한 팀을 이루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블로잉 작업은 서로가 작업에 중요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 또한 함께 만들어 낸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힘든 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블로잉이라는 작업을 선호하지 않았고 저의 영향으로 작업을 망치는 순간이 오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해내는 과정인 만큼 함께 호흡하고 느끼며 만들어낸 결과물이 주는 특별함은 몇 배 그 이상의 성취감을 주곤 합니다. 블로잉만이 가진 열기이고, 블로워(블로잉을 작업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것이 제가 작업을 계속 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Q. 이번 전시에서 세 분의 작업물이 모였을 때 기대하시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은빈, 하루글라스, 최유정 :
‘유리’라는 공통된 소재로 블로잉, 램프워킹, 가마작업이라는 각기 다른 표현 방법으로 탄생한 세 작가의 작업물들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함께 보여드릴 수 있는 자리이기에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방문해주시는 관람객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은빈 :
‘빛의 기록’을 통해 ‘시원’한 소재의 ‘따뜻’한 유리 작품들로 관람객분들의 여백을 메우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하루글라스 :
이번 ‘빛의 기록’ 전시를 관람하시면서 유리공예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작가들의 작업 스토리에 귀 기울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유정 :
온라인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였습니다. 다가오는 유리의 계절, 좋은 공간과 좋은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은빈, 하루글라스, 최유정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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