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새벽, 세시

exhibited by 세시작업실

   

  당신에게 새벽 세 시는 어떤 시간인가요? 

  일상 속 매일 찾아오는 새벽 세 시, 이는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시작이 되기도, 끝이 되기도 하며 저마다의 시간으로 정의됩니다. 


  어느 책에서는 새벽 세 시를 ‘공허한 시간’이라 표현하기도, 전날 들었던 라디오에서는 내일의 피곤함을 결정짓는 ‘시간의 척도’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한편, 고요함이 가득한 새벽 세 시는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람들과 누군가의 시간을 방해하려 하지 않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죠. 


   한겨울의 새벽 세 시는 여느 때보다 어둡고 고요합니다. <저마다의 새벽, 세시>는 짙은 겨울의 새벽 세시를 세 작가의 세밀한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세 작가는 ‘흙’이라는 재료에 겨울이 지닌 ‘대비‘와 ‘공존‘의 메시지를  각자의 작업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흙의 질감, 색채, 그리고 흙을 감싸는 유약의 형태가 묻어난 기물들의 대비가 개성 있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어둡고 깊은 밤과 하얗게 반짝이는 포근한 눈이 어우러진, 한 해의 끝과 시작을 의미하는 겨울. 대비와 조화가 공존하는 겨울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이번 전시 <저마다의 새벽, 세시>를 통해, 이 겨울을 어떻게 기억할지, 또 다가올 봄을 어떻게 맞이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전시 일정 | 2022. 01. 05 - 2022. 02. 27

전시 장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도감


@makefolio_dogam    @makefolio_official



 

세시작업실 3PM STUDIO


  세시작업실은 같은 학교, 학부, 대학원으로 인연이 닿은 오선주, 정지원, 최문정 세 도예 작가가 함께 꾸린 작업실로,  ‘셋’이,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 ‘세 시’, 그리고 ‘세밀한 시선’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담았습니다. 클래스가 있는 공방이 아닌만큼 방문객이 잦지 않아 작업실 규모가 크지도 않고,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으면서 세 작가가 꾸려나가고 있는 따뜻하고 평안한 작업실입니다.


작가 소개    

 * 작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작가 별 작품 판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오선주 Oh Sunjoo


  일상의 풍경 속에 따뜻하고 고요하게 놓여지는 사물을 만듭니다. 흙 자체의 느낌을 드러내기 위해 서로 다른 소지를 혼합하여 제작합니다. 유약은 필요한 경우 내부에 사용하고 성형이 완료된 후에는 손이 닿았을 때의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도록 표면을 곱게 갈아냅니다. 형태적으로는, 흙을 드러내는 부분을 최대화하여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부분을 확장시키거나, 현대적인 기(器)의 형태 안에 자연스러운 흙의 느낌을 담아냅니다.



정지원 Jeong Jeewon


  부드러운 흙이 불을 만나 단단하게 변하는 물성과 과정에 매력을 느껴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흙의 표면을 감싸는 유약의 색과 질감에 매력을 느껴 여러 실험을 진행해왔습니다. 길 위에 다양한 이야기가 있듯이 미세한 색들의 모임, 이들이 만들어낸 질감, 그리고 도침 장식 속 작은 모래들의 다양한 모양새를 나의 그릇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최문정 Choi Moonjeong


  평생을 조화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사물을 만듭니다. 내면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닌 조화롭게 어우러짐을 추구합니다. 백자 위에 거친 흙을 바르고 그 위는 색유로 채웁니다. 다 각기 다른 재료지만 모두 조화로워 보이도록 고민하는 것이 제 연구입니다. 평생을 어우러지고 모나보이지 않게 애쓰는 제 작가와 그의 사물은 많이 닮아있습니다.


INTERVIEW


왼쪽부터 오선주, 최문정, 정지원 작가의 작업물입니다.
왼쪽부터 오선주, 최문정, 정지원 작가의 작업물입니다.



Q. 각자가 집중하고 싶은 지점에 따라 작업 스타일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 별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선주 : 세 명 모두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업을 합니다. 그중, 저는 표면을 연마하는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흙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잔잔한 알갱이가 섞인 흙에 제가 담고자 하는 느낌의 색을 넣고, 최소한으로 유약을 입힌 후 연마 작업으로 표면을 마무리합니다. 여기에 표현하려는 색과 질감을 잘 담아내기 위해, 직선보다는 곡선을 활용해 형태를 만들고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제가 마음을 담아낸 작품이 어떤 공간에 있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행복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작업에서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작업의 폭을 더욱 확장하려 합니다.


문정 :  저는 제가 구사할 수 있는 재료적 특성과 기법으로 작업을 그려나갑니다. 유색 고령토와 백자가 갖는 자연스러운 특성과, 태토와 유약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선명한 대비와 조화에 주목해 회화적 표현뿐 아니라 쓰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지원 : 제 작업에서는 흙을 감싸는 '유약'이 핵심입니다. 특히 유약의 차분한 색과 질감이 다른 작가분들의 작업과 다른 점으로 꼽을 수 있어요. 제가 선호하는 유약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쳤고, 그중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결과만을 선별해 기물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제 기물들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색이 모여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유약의 색과 질감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하나의 그릇 안에서 유약이 덮이는 면을 최대한 확보하려 합니다. 그 결과, 작업물 전면에는 유약을 입히고, 흙과 모래를 섞은 굽 받침을 놓는 '도침 장식'을 적용했습니다. 

  도침 장식은 요업 기술과 도구가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 사용하던 방식이지만, 유약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장식 효과도 꾀하고자 이 방식을 택했습니다. 특히 도침 장식에 모래 알갱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과, 수많은 색 알갱이들이 모여 있는 유약의 질감이 잘 어우러져 저만의 작업 스타일이 되었어요.




Q. 작가님들의 작업 방식에서 도자를 이해해 본다면, 흙과 유약을 쓰는 유려한 곡선의 기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작업의 주된 요소들을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선주 : 제가 작업에 사용하는 연마기법은 학교를 다니면서 배웠던 것들을 토대로 하여 저의 방식대로 활용한 기법입니다. 당시에 백자 기법을 주로 배웠었는데, 백자에서만 느껴지는 유독 차가운 느낌이 있더라고요. 다양한 느낌을 내고 싶어 다른 기법을 활용한 수업을 수강하기도, 서로 다른 재질의 흙을 섞는 실험을 하기도 하면서 저만의 느낌을 내는 현 방식을 찾게 되었어요.

    화병, 오브제, 식기 등의 작업 안에서, 시각적으로는 알갱이가 있는 질감이 느껴지면서 촉각적으로는 매끄러운 느낌을 가지도록 표현했어요. 한 기물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게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둥근 형태감을 좋아하지만 둥근 느낌만으로는 투박하고 심심하게 느껴져, 모서리는 깔끔하게 처리하면서도 형태감 자체에는 곡선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 기물에서는 깔끔한 마무리와 그 안에서 작은 알갱이들이 제각각 변화하는 모습들이 어우러져 이를 재밌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지원 : 학교에서 백자 위주의 교육을 받고 백자 기반의 물레성형을 배우며, 물레성형과 백자에 대한 스스로의 한계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하다보니, '색'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죠. 특히 저는 도자의 재료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연히 ‘루틸’이라는 재료를 알게 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 루틸을 활용한 끊임없는 실험을 거쳤습니다. 그렇게 저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작업 방식을 찾게 되었죠. 루틸은 유약을 잘 흘러내리게 하는 성질이 있어요. 제 기물에서는 이러한 루틸의 성질을 활용해 도침에 유약이 맺히는 모습이 또 하나의 매력적인 시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문정 : 저는 모든 작업을 분장 기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화장을 하는 것처럼, 맨 얼굴에 쌓아가는 기법으로 기물을 만듭니다. 제가 사용하는 분장 기법은 마치 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과 유사합니다. 

  연필로 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 마냥 색채의 변화만으로 백자를 채워나가는 작업이 제게 재미있게 느껴져요. 다양한 컬러칩들을 하나둘씩 아카이빙 하다 보니, 저만의 데이터를 쌓아나가며 더 재미있고 즐거운 기법들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새로운 방식을 연구해나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새벽, 세시





Q. 이번 전시 < 저마다의 새벽, 세시>는 겨울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님들은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어떻게 구상하셨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선주 : 저는 세 가지 색으로 겨울밤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검은색, 푸른 회색, 백색으로 담아내었는데요. 우선 첫 번째로 ’밤’이라는 시간의 색을 담아 검은빛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검은색이지만 검지 않은 색인데, 그것이 아주 어둡지만 달빛이 새어드는 밤과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백색은 겨울 하면 떠오르는 ’눈’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제작했습니다. 새하얀 눈이 아닌, 반짝이는 모래알이 섞인 눈을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가운 밤공기를 떠올리며 푸른 회색빛을 담아냈습니다.

  이번 전시 작품들 중에 달걀 오브제가 있는데, 전시가 열리는 1월은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새로 시작되는 달인만큼, ’시작’의 의미를 담은 달걀을 제작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형상을 닮은 화병도 함께 작업해 보았습니다.


지원 : '겨울'과 '밤'이라는 시간 모두 '끝'과 '시작'의 '공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끝'과 '시작'의 서로 대비되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제가 가진 유약 데이터 중 가장 어두운 색과 가장 밝은 색을 택하여 기물에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굽 부분을 장식하는 '도침'의 색과 유약의 색이 대비되도록 변화를 주었습니다. 

  이처럼 한 기물 안에서 대비되는 속성이나, 또는 한 공간에서 서로를 받아들이며 '공존'하는 모습들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지향해야 할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따뜻한 마음가짐이 차디차고 어두운 겨울밤에 특히나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해서 이를 작업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문정 :  '새벽 세 시'는 저마다의 사람들이 정의하는 바가 다릅니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새벽 세 시는 ‘공허한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전날 들었던 지루한 라디오에선 그 다음날의 피곤함을 결정하는 ‘시간의 척도’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새벽 세 시는 ‘침묵’입니다. 새벽 세 시는 온종일 울리던 메신저와 SNS로 인해 끊임없이 바뀌는 세상 속 시간들이 정해놓은 쉼표처럼 잠잠해지는 시간입니다. 한편으로는, 곤히 잠들어있는 사람들과 누군가의 시간을 방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번 제 작업물에서 저는 각자의 시간을 ‘저마다의 우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각자 저마다의 우주를 그려나가는 시선에서, 새벽 세시가 만약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진다면, 제가 표현한 우주로 조금의 평안함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조화와 대비



Q. 작가님 별 작품에 표현된 텍스처의 대비도 서로 눈에 띄게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각기 어떤 다른 질감을 구현하고자 하셨을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왼쪽부터 최문정, 정지원, 오선주 작가의 작업물입니다.
왼쪽부터 최문정, 정지원, 오선주 작가의 작업물입니다.


선주 : 이번 전시 기물들에서는 연마 작업을 통해 나타나는 부드러운 텍스처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부드럽게 촉감이 표현되더라도, 시각적으로는 색이 한 가지로 보이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기물에 알갱이 입자가 들어있거나 색이 조금 섞여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작업을 하고 싶었고요. 

  지원 작가님의 유약 작업이 따뜻한 느낌을 추구해도 흙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는 반면, 저는 흙을 조금 더 드러내는 작업을 하려 했습니다. 흙의 질감이 거칠거나 독특한 흙을 쓴다기보다는, 흙을 바라보며 다른 지점을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작업 방식을 좋아합니다.


지원 : 기본적으로 기물이 광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무광이거나 아주 살짝 광이 있는 작업 방식을 선호합니다. 광이 없으려면 미세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가 유약 안에 있어야 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을 좋아하기도 해요. 저는 딱 떨어지거나 매끈한 질감이 기물에 드러나기보다는, 눈으로 보았을 때 오돌토돌한 느낌이 나는 게 오히려 더 편해 보이더라고요. 루틸 재료가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그 지점이 이 재료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해요.

  겉 부분의 모래 질감은 원래는 흙만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모래의 질감과 비슷한 입자를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모래의 경우 관악산 계곡에서 직접 캔 모래를 활용해 보았어요. 모래의 입자와 유약의 입자가 만나는 지점을 제 작업에서 가장 좋아합니다.


문정 : 특별하게 좋아하는 텍스처는 없지만, 형태나 색상이 특별하게 드러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기존의 제 작업과 다르게, 스프레이 기법은 유지하되, 안료를 섞어 작업을 진행해 보았어요. 

  스프레이의 작은 구경에 알갱이를 넣고 부는데, 알갱이가 들어가지 않아 도구로 직접 불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물에는 저만의 독특한, 현기증과 함께 한숨이 들어간 "한숨 기법"을 사용해 보았어요. 신기하고 즐거운 텍스처를 선보이게 된 것 같아 기쁜 마음입니다.



Q. 세 분이 모두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것이 ‘조화’와 공존’입니다. 개성 있는 세 분의 작업도 이번 전시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보일지 기대가 되는데요. 작가님들도 세 분의 작업물이 모였을 때 기대되는 부분이 있나요?


선주 : 전시 초반과 다르게 각자가 가진 생각을 나눠가면서 작업의 결과물이 비슷한 결로 맞춰져서 신기했어요. 서로의 작업이 다르지만 곁에 두고 보니 각자의 작업물이 어떠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조화로우면서도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아서, 이번 전시를 통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듯합니다.


지원 : 저희 세 사람 모두 흙으로 도자를 빚어내지만, 제작 기법은 서로 다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기법이 모였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기물의 색채가 어느 정도 맞춰진 상태에서 작가별 기법을 찾아보는 게 관객에게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문정 : 초기에 작업물을 아이데이션할 때, 나머지 두 작가님들과의 대비되는 모습 속에서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작품을 제작하다 보니, 만족스럽고 조화로운 모습이 작업물에 드러나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이번 전시가 더욱 기대되어요.



Q. 본인의 작품에 담고자하는 의미, 작업 방식, 그리고 작업물의 형태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변화하기도 할 것 같아요. 10년, 20년 후 작가님을 만나뵈었을 때도 도자 작업을 지속해서 하고 계실지, 현재의 작업 방식을 고수하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선주 : 저는 결과물이 아닌, 작업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에요. 10, 20년 후에도 도자 과정이 즐겁다면 계속 도자를 하고 있을 듯하지만, 연마를 하면서 몸이 안 좋아지기도 해서 제 작업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금방 싫증을 느끼는 편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기법도 계속 바꿔나가며 작업하게 될 것 같아요. 사실 도자 작업을 10, 20년 후에도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저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면, 도자기든 그림이든 시도해 보면서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싶어요. 10년 후에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외부, 내부 요인에 의해 스스로 변해가는 과정에 늘 가능성을 열어두려 해요. 어릴 적부터 미술을 해왔었는데, 도자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명확한 목표에 대한 지향점이 있다기보다는, 매일매일 즐겁게 작업해나가는 과정을 쌓아가는 게 오히려 제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지원 : 10, 20년 후까지 생각해 보지는 않았어요. 현재의 작업 방식이 늘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생활을 하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과 작업 대비 효율적인 방식이 무엇인가를 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도침도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 만드는 방법이 최선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스스로 변화에 능한 사람은 아니지만, 느끼는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 작업을 액자 작업의 타일로 해본 경험도 있어요. 물레를 하다가 지겨워질 즘이면, 그때는 판 작업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안료들을 실제 기물에 적용하는 방식이나, 실험이 필요하다면 무한대에 가까운 유약을 활용해 실험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문정 : 10, 20년 후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50년 후는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등이 굽어 흙을 치고 있는 상상은 하기도 했거든요. 진로를 정할 때, 도자기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진로를 정했어요. 작업물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스스로 지루함을 자주 느끼는 저로서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도자 작가 생활을 막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생각을 펼쳐나가기 아직은 쉽지 않기도 해요.

  익살스럽고 유머 있고, 모두가 다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만한 작업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모든 대중들에게 저를 먼저 소개하고, 그 후에 작업물들을 다방면으로 펼치지 않을까 해요. 지금은 이 기법에 머물러있지만, 흙으로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다 해볼 예정이에요. 또는 금속을 활용한 무언가가 될 수도 있고요.



Q. 마지막으로 <저마다의 새벽, 세시>를 방문해주시는 관람객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주 : 각자가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무언가를 생각하며 느낄 때, 이 전시에서 봤던 작품들을 꼭 떠올릴 순 없겠지만, 작품을 통해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벽 세시에는 누구와 같이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잖아요. 혼자만의 시간에 초를 피우는 행위처럼, 공예품을 곁에 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원 : 저희 세 작가가 각자의 작업물에 풀어내고자 했던 메시지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화로움이 묻어난 이번 전시를 감상하시면서 따뜻한 느낌을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문정 :  저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전시를 보러 귀한 발걸음을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저희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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