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짙어지는
Exhibited by en o p
자연이라는 단어 속에서 당신은 어떤 풍경을 떠올릴까요.
꽃을 피우고, 잎의 색깔을 물들이고, 어느 순간에는 전부 털어내었다가, 다시 새순을 돋아내는 나무 한 그루를 떠올려보세요. 자연이라는 하나의 풍경 안에 수많은 작은 요소들이 합을 이루며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천천히 각자의 나이테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엔오피의 작품은 자연의 그 작은 부분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됩니다. 자연과 가장 친화적인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베지터블 가죽으로 우리의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물건들을 소개합니다. 누구와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다채롭게 짙어지는 가죽은 꼭 계절의 잎새들과도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엔오피의 작품으로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창을 내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전시를 통해 나만의 공간에서 고요히 함께 나이 들어갈 반려 사물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랍니다.
2023. 01. 04 - 02. 05
MAKEFOLIO Seoch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서촌
en o p 는 '기본적인 것이 가장 클래식한 것' 이라는 디자인 미학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 나갑니다. 아트, 자연, 일상에 모든 것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우리가 접하는 사소한 일상들이 조금 더 감각적이고 즐겁기를 바랍니다.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자연 풍경, 일상 등의 요소에서 제품의 라인과 형태를 떠올립니다.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직선 때로는 곡선이 조화를 이루며 단조로운 면이나 겹겹이 쌓인 면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다양한 면들이 모여 만들어진 풍경은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변함에 따라 더 깊이 있어집니다. 거창한 의미를 지닌 제품이 아닌 자연을 닮은 풍경을 하나의 작품으로 그대로 자연스럽게 옮겨 담는 일을 좋아합니다.
만들 때 즐거워야 하며, 하나의 오브제를 만들면서 시각적인 부분이 제일 먼저 와닿기 때문에 완성된 오브제의 완성도와 견고함에 먼저 집중합니다.
내가 만든 무언가가 다른 사람의 공간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을 합니다. 누구나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곳일수록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깁니다.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은은한 색상, 간결한 선과 면은 어떠한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색상과 질감들이 머무는 공간에 오래 함께 하길 바랍니다.
천천히 깊이가 생기는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합니다.
Q. 작가님께서는 가죽으로 여러 작업을 전개해오고 계신데요. 가죽이라는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급합니다.
첫 시작은 서점에서 가죽공예 책을 접하게 되면서인데요. 회화를 전공하여 평소에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는 일이 익숙했던 저에게 가죽이라는 소재를 자르고 바느질하며 무언가 만드는 일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베지터블 가죽의 자연스러운 텍스처와 단단함,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에이징 되는 매력 등 많이 가공하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가죽이라는 소재를 유지할 수 있었던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Q. 베지터블 가죽이란 무엇인가요? 일반 가죽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가죽은 크게 베지터블 가죽과 크롬 가죽으로 나누어집니다.
쉽게 설명해서 화학 염료를 사용하여 가죽을 만드는지, 천연 재료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생산방법으로 가공하여 가죽을 만드는지 차이입니다.
저는 베지터블 가죽 중에서도 베라펠레 협회에서 인증받은 가죽을 사용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협회의 다섯 가지 원칙 중 가죽을 얻기 위한 목적만으로 도살하지 않는다는 점과 친환경 생산방식으로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점, 오랜 시간 가공하여 전통방식으로 가죽을 만들기에 자연스러운 컬러감을 갖고 내구성이 강해 가공 후 변형이 적다는 점 등 장점이 많습니다. 간혹 일부분 크롬 가죽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거의 베지터블이 주를 이룹니다.
또한 베지터블 가죽은 금속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유해 물질을 포함시키지 않고,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들은 다시 회수하여 재활용하게 됩니다. 유해 물질을 포함하지 않아서 수명을 다 했을 때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베지터블 가죽이 크롬 가죽에 비하여 스크래치 등 오염에 약할 순 있지만, 사용자와 사용 환경에 따라 에이징(태닝) 되며 오일기가 올라오기에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짙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스크래치와 오염에 약해서 작업할 때 조심스럽게 가죽을 다루어야 하지만 단점보다는 여러 장점이 많아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오래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가죽이라는 소재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변하는 특별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가죽만의 매력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죽은 시간, 사용하는 환경, 사용자의 습관 등에 따라 색이 변하고 가죽 자체에서도 오일이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에이징 되는 것이 특징인데요, 한 장의 가죽에서도 부분적으로 텍스처들이 다르고 같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모두 다 다르게 에이징 될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다양한 색과 색들의 조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죽의 색상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죽 한장에서도 부분적으로 텍스처가 다르기도 하고 진하기가 다르기에 최대한 고유한 색 자체를 살릴 때 그 매력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색을 섞지 않고 비슷한 결의 색상들을 조합하여 사용하거나 기본이 되는 한가지 컬러를 선택하여 포인트를 주는 것을 좋아해요.
Q. 작가님의 작품 중 프레임, 화병 등의 오브제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가죽으로 오브제 작품을 제작하시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음에는 가죽 소품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활용도가 높은 지갑, 가방을 위주로 만들었지만, 평소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기에 오브제에 관련된 스케치를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팬데믹이 겹치며 집과 작업 공간 등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었고, 저희가 있는 공간, 각자의 시각에서 닿을 수 있는 부분을 꾸며주고 환기시켜 줄 수 있는 작품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베지터블 가죽의 텍스처와 견고함 또한 재료로서도 매력 있는 소재였고, 제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한다면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오브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화판에 그림을 작업했던 일이 자연스러웠기에 여러 버전의 아트프레임으로의 발전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확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오브제의 완성도와 견고함이란 무엇일까요?
알맞은 오브제의 크기와 가죽의 두께를 선택하여 패턴끼리의 구조가 잘 맞물려 단단해질 수 있는 형태를 만들고, 작품의 마감, 평면 작업 후 프레임의 선택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작품의 큰 덩어리 잡아주되 마감 등 사소한 디테일에 정성을 다해야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마감 작업은 시간이 된다면 하고 하고 또 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께서는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자연 풍경이나 일상에서 작업적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하셨는데요. 작품을 만들 때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자연적, 일상적 요소가 있을까요?
일상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들의 큰 덩어리와 그 속의 디테일을 관찰하는 일을 좋아하고 작업에서도 이를 담고자 합니다. 자연 풍경은 전체를 바라볼 때도 멋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어요. 물의 움직임이나 깊이, 자연물 특유의 인위적이지 않은 유연한 곡선의 흐름이 많은 영감을 줍니다. 또한 자연과는 다른 매력을 주는 건축물 역시 좋아합니다. 건축물의 견고함, 그 안에 숨은 디테일이나 깊이를 보면서 아트 프레임의 레이어 작업으로 발전되기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작가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자연 풍경이나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눈과 마음에 담아야 할 멋진 곳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정적인 풍경과 조용한 장소를 좋아하는데, 특히 여름날의 깨끗한 산과 바다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좋아해요. 다양한 녹색이 섞여있고 꽃과 열매가 결실을 맺는 계절에서 조용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고요. 서점과 미술관 같은 전시 공간도 좋아해요. 날씨가 좋은 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을 가는 것도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Q. 작가님께서 만든 사물이 다른 사람의 공간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한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구체적으로 상상하셨던 사람 또는 공간이 있을까요?
누군가가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할 수 있는 작업 공간, 집을 떠올리며 작업을 했습니다. 시각적으로 구체적인 공간과 디테일에 집중했다기 보다는 바쁜 일상 속을 보내면서도 문득 주변을 둘러 보았을 때 우리를 환기시켜줄 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어느 공간에나 어울릴 수 있는 색감이나 크기 등에 집중했습니다. 제품이 미니멀하고 클래식하면 어떠한 분위기를 갖고 있든 잘 어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는 작품을 제작하는 어떠한 순간에 가장 큰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시나요?
스케치하고 상상했던 것들이 그대로 구현되어 마무리를 하는 순간이 기쁩니다. 스케치의 러프한 라인 드로잉에서 구체적인 구조를 갖춰질 때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평면에서 입체로 바뀌면서 생기는 변수들이 있지만, 결국 하나의 견고한 작업으로 마무리되면 뿌듯함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Q. 한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하셨는데요, 그 고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가죽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제품과 오브제 등을 만들며 가장 오래 고민해 온 점은 ‘버리지 않기’ 였습니다.
저는 유행을 타지 않는 옷과 소품들을 구매하며 최대한 오래 사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엔오피의 작품과 소품을 구매하셨을 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이러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고민이 생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낭비없이 좋은 제품을 오래오래 사용하기 위한 몇 가지를 꼭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로는 제품을 견고하게 만들고 구매한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AS 제공하기입니다. 가죽이라는 소재는 생각보다 매우 탄탄한 소재이고, 바느질이 추가되며 더 견고해지기에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품의 AS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케어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더하려 합니다. 10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하여 가죽으로 지갑을 만들었을 때 구매한 지갑을 아직도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모습을 보았을 때 기간을 정하여 수선을 받지 못해 버려질 제품들의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케어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클래식하고 자연스러운 디자인입니다. 제가 만드는 모든 것들은 조금 심심하고 심플한 것이 특징입니다. 화려하며 톡톡 튀어 트렌디한 것들도 좋지만 누군가의 공간이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과 색감을 선택하여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하는 미 역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요. 옷으로 비교하자면 흰 셔츠, 청바지와 같이 기본적이면서 계속 입고 싶은 아이템처럼요!
세 번째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 활용하기입니다. 가죽의 특성상 로스가 많아 제작할 때 버려지는 가죽의 양이 많은 편입니다. 이렇게 남은 가죽들을 작은 굿즈들로 제작하거나 다른 소재와 믹스하여 또 다른 오브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작가님께서 새롭게 전개하고 싶으신 작업이 있으시다면 어떤 방향일지 궁금합니다.
2023년에는 크게 두 가지의 새로운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먼저 재단하고 남는 가죽의 자투리를 이용하여 오브제들을 만들 예정이에요. 생각보다 많은 가죽들이 자투리로 남아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조각난 가죽들을 활용하여 작은 소품류들과 오브제로 다시 재탄생시키려고 합니다. 가죽과 다른 소재들을 믹스하여 테스트 중이기도 하고요. 한 장의 가죽에서 제품을 만든 후 버려지는 것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하는 게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 등 조금 더 큰 오브제 작업으로의 확장입니다. 의자의 경우 버려진 의자 등을 가죽 소재를 이용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이 있고, 새로운 소재와 믹스하여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들도 제작 중에 있습니다. 가죽과 어울릴만한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고 조금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예정입니다. 이런 새로운 작업들과 함께 기존의 아트 프레임 등을 조금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오래 함께 하고 싶은 편안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 혹은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래서 쉽게 질리지 않는 클래식함을 담고 싶습니다. 아무 무늬도 없는 깨끗하고 하얀 셔츠와 자켓, 청바지처럼 말이죠. 제 작품으로 인해 우리가 접하는 사소한 일상들이 조금 더 감각적이며 즐겁고 편안하길 바랍니다.
엔오피en o p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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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짙어지는
Exhibited by en o p
자연이라는 단어 속에서 당신은 어떤 풍경을 떠올릴까요.
꽃을 피우고, 잎의 색깔을 물들이고, 어느 순간에는 전부 털어내었다가, 다시 새순을 돋아내는 나무 한 그루를 떠올려보세요.
자연이라는 하나의 풍경 안에 수많은 작은 요소들이 합을 이루며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천천히 각자의 나이테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엔오피의 작품은 자연의 그 작은 부분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됩니다.
자연과 가장 친화적인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베지터블 가죽으로 우리의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물건들을 소개합니다.
누구와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다채롭게 짙어지는 가죽은 꼭 계절의 잎새들과도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엔오피의 작품으로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창을 내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전시를 통해 나만의 공간에서 고요히 함께 나이 들어갈 반려 사물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랍니다.
2023. 01. 04 - 02. 05
MAKEFOLIO Seochon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서촌
en o p 는 '기본적인 것이 가장 클래식한 것' 이라는 디자인 미학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 나갑니다. 아트, 자연, 일상에 모든 것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우리가 접하는 사소한 일상들이 조금 더 감각적이고 즐겁기를 바랍니다.
만들 때 즐거워야 하며, 하나의 오브제를 만들면서 시각적인 부분이 제일 먼저 와닿기 때문에 완성된 오브제의 완성도와 견고함에 먼저 집중합니다.
천천히 깊이가 생기는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합니다.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자연 풍경, 일상 등의 요소에서 제품의 라인과 형태를 떠올립니다.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직선 때로는 곡선이 조화를 이루며 단조로운 면이나 겹겹이 쌓인 면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다양한 면들이 모여 만들어진 풍경은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변함에 따라 더 깊이 있어집니다. 거창한 의미를 지닌 제품이 아닌 자연을 닮은 풍경을 하나의 작품으로 그대로 자연스럽게 옮겨 담는 일을 좋아합니다.
내가 만든 무언가가 다른 사람의 공간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을 합니다. 누구나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곳일수록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깁니다.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은은한 색상, 간결한 선과 면은 어떠한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색상과 질감들이 머무는 공간에 오래 함께 하길 바랍니다.
Q. 작가님께서는 가죽으로 여러 작업을 전개해오고 계신데요. 가죽이라는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급합니다.
첫 시작은 서점에서 가죽공예 책을 접하게 되면서인데요. 회화를 전공하여 평소에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는 일이 익숙했던 저에게 가죽이라는 소재를 자르고 바느질하며 무언가 만드는 일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베지터블 가죽의 자연스러운 텍스처와 단단함,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에이징 되는 매력 등 많이 가공하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가죽이라는 소재를 유지할 수 있었던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Q. 베지터블 가죽이란 무엇인가요? 일반 가죽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가죽은 크게 베지터블 가죽과 크롬 가죽으로 나누어집니다.
쉽게 설명해서 화학 염료를 사용하여 가죽을 만드는지, 천연 재료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생산방법으로 가공하여 가죽을 만드는지 차이입니다.
저는 베지터블 가죽 중에서도 베라펠레 협회에서 인증받은 가죽을 사용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협회의 다섯 가지 원칙 중 가죽을 얻기 위한 목적만으로 도살하지 않는다는 점과 친환경 생산방식으로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점, 오랜 시간 가공하여 전통방식으로 가죽을 만들기에 자연스러운 컬러감을 갖고 내구성이 강해 가공 후 변형이 적다는 점 등 장점이 많습니다. 간혹 일부분 크롬 가죽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거의 베지터블이 주를 이룹니다.
또한 베지터블 가죽은 금속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유해 물질을 포함시키지 않고,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들은 다시 회수하여 재활용하게 됩니다. 유해 물질을 포함하지 않아서 수명을 다 했을 때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베지터블 가죽이 크롬 가죽에 비하여 스크래치 등 오염에 약할 순 있지만, 사용자와 사용 환경에 따라 에이징(태닝) 되며 오일기가 올라오기에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짙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스크래치와 오염에 약해서 작업할 때 조심스럽게 가죽을 다루어야 하지만 단점보다는 여러 장점이 많아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오래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가죽이라는 소재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변하는 특별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가죽만의 매력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죽은 시간, 사용하는 환경, 사용자의 습관 등에 따라 색이 변하고 가죽 자체에서도 오일이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에이징 되는 것이 특징인데요, 한 장의 가죽에서도 부분적으로 텍스처들이 다르고 같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모두 다 다르게 에이징 될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다양한 색과 색들의 조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죽의 색상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죽 한장에서도 부분적으로 텍스처가 다르기도 하고 진하기가 다르기에 최대한 고유한 색 자체를 살릴 때 그 매력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색을 섞지 않고 비슷한 결의 색상들을 조합하여 사용하거나 기본이 되는 한가지 컬러를 선택하여 포인트를 주는 것을 좋아해요.
Q. 작가님의 작품 중 프레임, 화병 등의 오브제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가죽으로 오브제 작품을 제작하시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음에는 가죽 소품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활용도가 높은 지갑, 가방을 위주로 만들었지만, 평소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기에 오브제에 관련된 스케치를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팬데믹이 겹치며 집과 작업 공간 등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었고, 저희가 있는 공간, 각자의 시각에서 닿을 수 있는 부분을 꾸며주고 환기시켜 줄 수 있는 작품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베지터블 가죽의 텍스처와 견고함 또한 재료로서도 매력 있는 소재였고, 제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한다면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오브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화판에 그림을 작업했던 일이 자연스러웠기에 여러 버전의 아트프레임으로의 발전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확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오브제의 완성도와 견고함이란 무엇일까요?
알맞은 오브제의 크기와 가죽의 두께를 선택하여 패턴끼리의 구조가 잘 맞물려 단단해질 수 있는 형태를 만들고, 작품의 마감, 평면 작업 후 프레임의 선택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작품의 큰 덩어리 잡아주되 마감 등 사소한 디테일에 정성을 다해야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마감 작업은 시간이 된다면 하고 하고 또 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께서는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자연 풍경이나 일상에서 작업적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하셨는데요. 작품을 만들 때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자연적, 일상적 요소가 있을까요?
일상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들의 큰 덩어리와 그 속의 디테일을 관찰하는 일을 좋아하고 작업에서도 이를 담고자 합니다. 자연 풍경은 전체를 바라볼 때도 멋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어요. 물의 움직임이나 깊이, 자연물 특유의 인위적이지 않은 유연한 곡선의 흐름이 많은 영감을 줍니다. 또한 자연과는 다른 매력을 주는 건축물 역시 좋아합니다. 건축물의 견고함, 그 안에 숨은 디테일이나 깊이를 보면서 아트 프레임의 레이어 작업으로 발전되기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작가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자연 풍경이나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눈과 마음에 담아야 할 멋진 곳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정적인 풍경과 조용한 장소를 좋아하는데, 특히 여름날의 깨끗한 산과 바다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좋아해요. 다양한 녹색이 섞여있고 꽃과 열매가 결실을 맺는 계절에서 조용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고요. 서점과 미술관 같은 전시 공간도 좋아해요. 날씨가 좋은 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을 가는 것도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Q. 작가님께서 만든 사물이 다른 사람의 공간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한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구체적으로 상상하셨던 사람 또는 공간이 있을까요?
누군가가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할 수 있는 작업 공간, 집을 떠올리며 작업을 했습니다. 시각적으로 구체적인 공간과 디테일에 집중했다기 보다는 바쁜 일상 속을 보내면서도 문득 주변을 둘러 보았을 때 우리를 환기시켜줄 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어느 공간에나 어울릴 수 있는 색감이나 크기 등에 집중했습니다. 제품이 미니멀하고 클래식하면 어떠한 분위기를 갖고 있든 잘 어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는 작품을 제작하는 어떠한 순간에 가장 큰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시나요?
스케치하고 상상했던 것들이 그대로 구현되어 마무리를 하는 순간이 기쁩니다. 스케치의 러프한 라인 드로잉에서 구체적인 구조를 갖춰질 때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평면에서 입체로 바뀌면서 생기는 변수들이 있지만, 결국 하나의 견고한 작업으로 마무리되면 뿌듯함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Q. 한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하셨는데요, 그 고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가죽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제품과 오브제 등을 만들며 가장 오래 고민해 온 점은 ‘버리지 않기’ 였습니다.
저는 유행을 타지 않는 옷과 소품들을 구매하며 최대한 오래 사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엔오피의 작품과 소품을 구매하셨을 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이러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고민이 생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낭비없이 좋은 제품을 오래오래 사용하기 위한 몇 가지를 꼭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로는 제품을 견고하게 만들고 구매한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AS 제공하기입니다. 가죽이라는 소재는 생각보다 매우 탄탄한 소재이고, 바느질이 추가되며 더 견고해지기에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품의 AS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케어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더하려 합니다. 10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하여 가죽으로 지갑을 만들었을 때 구매한 지갑을 아직도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모습을 보았을 때 기간을 정하여 수선을 받지 못해 버려질 제품들의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케어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클래식하고 자연스러운 디자인입니다. 제가 만드는 모든 것들은 조금 심심하고 심플한 것이 특징입니다. 화려하며 톡톡 튀어 트렌디한 것들도 좋지만 누군가의 공간이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과 색감을 선택하여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하는 미 역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요. 옷으로 비교하자면 흰 셔츠, 청바지와 같이 기본적이면서 계속 입고 싶은 아이템처럼요!
세 번째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 활용하기입니다. 가죽의 특성상 로스가 많아 제작할 때 버려지는 가죽의 양이 많은 편입니다. 이렇게 남은 가죽들을 작은 굿즈들로 제작하거나 다른 소재와 믹스하여 또 다른 오브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작가님께서 새롭게 전개하고 싶으신 작업이 있으시다면 어떤 방향일지 궁금합니다.
2023년에는 크게 두 가지의 새로운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먼저 재단하고 남는 가죽의 자투리를 이용하여 오브제들을 만들 예정이에요. 생각보다 많은 가죽들이 자투리로 남아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조각난 가죽들을 활용하여 작은 소품류들과 오브제로 다시 재탄생시키려고 합니다. 가죽과 다른 소재들을 믹스하여 테스트 중이기도 하고요. 한 장의 가죽에서 제품을 만든 후 버려지는 것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하는 게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 등 조금 더 큰 오브제 작업으로의 확장입니다. 의자의 경우 버려진 의자 등을 가죽 소재를 이용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이 있고, 새로운 소재와 믹스하여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들도 제작 중에 있습니다. 가죽과 어울릴만한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고 조금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예정입니다. 이런 새로운 작업들과 함께 기존의 아트 프레임 등을 조금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오래 함께 하고 싶은 편안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 혹은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래서 쉽게 질리지 않는 클래식함을 담고 싶습니다. 아무 무늬도 없는 깨끗하고 하얀 셔츠와 자켓, 청바지처럼 말이죠. 제 작품으로 인해 우리가 접하는 사소한 일상들이 조금 더 감각적이며 즐겁고 편안하길 바랍니다.
엔오피en o p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