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짙어지는 


Exhibited by en o p




자연이라는 단어 속에서 당신은 어떤 풍경을 떠올릴까요.


  꽃을 피우고, 잎의 색깔을 물들이고, 어느 순간에는 전부 털어내었다가, 다시 새순을 돋아내는 나무 한 그루를 떠올려보세요. 자연이라는 하나의 풍경 안에 수많은 작은 요소들이 합을 이루며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천천히 각자의 나이테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엔오피의 작품은 자연의 그 작은 부분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됩니다. 자연과 가장 친화적인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베지터블 가죽으로 우리의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물건들을 소개합니다. 누구와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다채롭게 짙어지는 가죽은 꼭 계절의 잎새들과도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엔오피의 작품으로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창을 내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전시를 통해 나만의 공간에서 고요히 함께 나이 들어갈 반려 사물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랍니다.





2023. 01. 04 - 02. 05


MAKEFOLIO Seoch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서촌

  en o p 는 '기본적인 것이 가장 클래식한 것' 이라는 디자인 미학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 나갑니다. 아트, 자연, 일상에 모든 것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우리가 접하는 사소한 일상들이 조금 더 감각적이고 즐겁기를 바랍니다.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자연 풍경, 일상 등의 요소에서 제품의 라인과 형태를 떠올립니다.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직선 때로는 곡선이 조화를 이루며 단조로운 면이나 겹겹이 쌓인 면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다양한 면들이 모여 만들어진 풍경은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변함에 따라 더 깊이 있어집니다. 거창한 의미를 지닌 제품이 아닌 자연을 닮은 풍경을 하나의 작품으로 그대로 자연스럽게 옮겨 담는 일을 좋아합니다.

  만들 때 즐거워야 하며, 하나의 오브제를 만들면서 시각적인 부분이 제일 먼저 와닿기 때문에 완성된 오브제의 완성도와 견고함에 먼저 집중합니다.



  내가 만든 무언가가 다른 사람의 공간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을 합니다. 누구나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곳일수록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깁니다.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은은한 색상, 간결한 선과 면은 어떠한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색상과 질감들이 머무는 공간에 오래 함께 하길 바랍니다.


천천히 깊이가 생기는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합니다.

I N T E R V I E W
I N T E R V I E W

Q. 작가님께서는 가죽으로 여러 작업을 전개해오고 계신데요. 가죽이라는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급합니다. 

  첫 시작은 서점에서 가죽공예 책을 접하게 되면서인데요. 회화를 전공하여 평소에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는 일이 익숙했던 저에게 가죽이라는 소재를 자르고 바느질하며 무언가 만드는 일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베지터블 가죽의 자연스러운 텍스처와 단단함,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에이징 되는 매력 등 많이 가공하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가죽이라는 소재를 유지할 수 있었던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Q. 베지터블 가죽이란 무엇인가요? 일반 가죽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가죽은 크게 베지터블 가죽과 크롬 가죽으로 나누어집니다. 

쉽게 설명해서 화학 염료를 사용하여 가죽을 만드는지, 천연 재료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생산방법으로 가공하여 가죽을 만드는지 차이입니다.


  저는 베지터블 가죽 중에서도 베라펠레 협회에서 인증받은 가죽을 사용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협회의 다섯 가지 원칙 중 가죽을 얻기 위한 목적만으로 도살하지 않는다는 점과 친환경 생산방식으로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점, 오랜 시간 가공하여 전통방식으로 가죽을 만들기에 자연스러운 컬러감을 갖고 내구성이 강해 가공 후 변형이 적다는 점 등 장점이 많습니다. 간혹 일부분 크롬 가죽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거의 베지터블이 주를 이룹니다. 


  또한 베지터블 가죽은 금속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유해 물질을 포함시키지 않고,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들은 다시 회수하여 재활용하게 됩니다. 유해 물질을 포함하지 않아서 수명을 다 했을 때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베지터블 가죽이 크롬 가죽에 비하여 스크래치 등 오염에 약할 순 있지만, 사용자와 사용 환경에 따라 에이징(태닝) 되며 오일기가 올라오기에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짙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스크래치와 오염에 약해서 작업할 때 조심스럽게 가죽을 다루어야 하지만 단점보다는 여러 장점이 많아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오래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가죽이라는 소재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변하는 특별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가죽만의 매력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죽은 시간, 사용하는 환경, 사용자의 습관 등에 따라 색이 변하고 가죽 자체에서도 오일이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에이징 되는 것이 특징인데요, 한 장의 가죽에서도 부분적으로 텍스처들이 다르고 같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모두 다 다르게 에이징 될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다양한 색과 색들의 조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죽의 색상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죽 한장에서도 부분적으로 텍스처가 다르기도 하고  진하기가 다르기에 최대한 고유한 색 자체를 살릴 때 그 매력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색을 섞지 않고 비슷한 결의 색상들을 조합하여 사용하거나 기본이 되는 한가지 컬러를 선택하여 포인트를 주는 것을 좋아해요.

Q. 작가님의 작품 중 프레임, 화병 등의 오브제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가죽으로 오브제 작품을 제작하시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음에는 가죽 소품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활용도가 높은 지갑, 가방을 위주로 만들었지만, 평소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기에 오브제에 관련된 스케치를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팬데믹이 겹치며 집과 작업 공간 등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었고, 저희가 있는 공간, 각자의 시각에서 닿을 수 있는 부분을 꾸며주고 환기시켜 줄 수 있는 작품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베지터블 가죽의 텍스처와 견고함 또한 재료로서도 매력 있는 소재였고, 제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한다면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오브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화판에 그림을 작업했던 일이 자연스러웠기에 여러 버전의 아트프레임으로의 발전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확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오브제의 완성도와 견고함이란 무엇일까요?

  알맞은 오브제의 크기와 가죽의 두께를 선택하여 패턴끼리의 구조가 잘 맞물려 단단해질 수 있는 형태를 만들고, 작품의 마감, 평면 작업 후 프레임의 선택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작품의 큰 덩어리 잡아주되 마감 등 사소한 디테일에 정성을 다해야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마감 작업은 시간이 된다면 하고 하고 또 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께서는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자연 풍경이나 일상에서 작업적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하셨는데요. 작품을 만들 때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자연적, 일상적 요소가 있을까요?

  일상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들의 큰 덩어리와 그 속의 디테일을 관찰하는 일을 좋아하고 작업에서도 이를 담고자 합니다. 자연 풍경은 전체를 바라볼 때도 멋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어요. 물의 움직임이나 깊이, 자연물 특유의 인위적이지 않은 유연한 곡선의 흐름이 많은 영감을 줍니다. 또한 자연과는 다른 매력을 주는 건축물 역시 좋아합니다. 건축물의 견고함, 그 안에 숨은 디테일이나 깊이를 보면서 아트 프레임의 레이어 작업으로 발전되기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작가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자연 풍경이나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눈과 마음에 담아야 할 멋진 곳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정적인 풍경과 조용한 장소를 좋아하는데, 특히 여름날의 깨끗한 산과 바다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좋아해요. 다양한 녹색이 섞여있고 꽃과 열매가 결실을 맺는 계절에서 조용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고요. 서점과 미술관 같은 전시 공간도 좋아해요. 날씨가 좋은 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을 가는 것도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Q. 작가님께서 만든 사물이 다른 사람의 공간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한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구체적으로 상상하셨던 사람 또는 공간이 있을까요?

  누군가가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할 수 있는 작업 공간, 을 떠올리며 작업을 했습니다. 시각적으로 구체적인 공간과 디테일에 집중했다기 보다는 바쁜 일상 속을 보내면서도 문득 주변을 둘러 보았을 때 우리를 환기시켜줄 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어느 공간에나 어울릴 수 있는 색감이나 크기 등에 집중했습니다. 제품이 미니멀하고 클래식하면 어떠한 분위기를 갖고 있든 잘 어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는 작품을 제작하는 어떠한 순간에 가장 큰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시나요?

  스케치하고 상상했던 것들이 그대로 구현되어 마무리를 하는 순간이 기쁩니다. 스케치의 러프한 라인 드로잉에서 구체적인 구조를 갖춰질 때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평면에서 입체로 바뀌면서 생기는 변수들이 있지만, 결국 하나의 견고한 작업으로 마무리되면 뿌듯함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Q. 한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하셨는데요, 그 고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가죽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제품과 오브제 등을 만들며 가장 오래 고민해 온 점은 ‘버리지 않기’ 였습니다. 

  저는 유행을 타지 않는 옷과 소품들을 구매하며 최대한 오래 사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엔오피의 작품과 소품을 구매하셨을 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이러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고민이 생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낭비없이 좋은 제품을 오래오래 사용하기 위한 몇 가지를 꼭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로는 제품을 견고하게 만들고 구매한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AS 제공하기입니다. 가죽이라는 소재는 생각보다 매우 탄탄한 소재이고, 바느질이 추가되며 더 견고해지기에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품의 AS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케어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더하려 합니다. 10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하여 가죽으로 지갑을 만들었을 때 구매한 지갑을 아직도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모습을 보았을 때 기간을 정하여 수선을 받지 못해 버려질 제품들의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케어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클래식하고 자연스러운 디자인입니다. 제가 만드는 모든 것들은 조금 심심하고 심플한 것이 특징입니다. 화려하며 톡톡 튀어 트렌디한 것들도 좋지만 누군가의 공간이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과 색감을 선택하여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하는 미 역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요. 옷으로 비교하자면 흰 셔츠, 청바지와 같이 기본적이면서 계속 입고 싶은 아이템처럼요!


  세 번째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 활용하기입니다. 가죽의 특성상 로스가 많아 제작할 때 버려지는 가죽의 양이 많은 편입니다. 이렇게 남은 가죽들을 작은 굿즈들로 제작하거나 다른 소재와 믹스하여 또 다른 오브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작가님께서 새롭게 전개하고 싶으신 작업이 있으시다면 어떤 방향일지 궁금합니다.

  2023년에는 크게 두 가지의 새로운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먼저 재단하고 남는 가죽의 자투리를 이용하여 오브제들을 만들 예정이에요. 생각보다 많은 가죽들이 자투리로 남아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조각난 가죽들을 활용하여 작은 소품류들과 오브제로 다시 재탄생시키려고 합니다. 가죽과 다른 소재들을 믹스하여 테스트 중이기도 하고요. 한 장의 가죽에서 제품을 만든 후 버려지는 것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하는 게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 등 조금 더 큰 오브제 작업으로의 확장입니다. 의자의 경우 버려진 의자 등을 가죽 소재를 이용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이 있고, 새로운 소재와 믹스하여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들도 제작 중에 있습니다. 가죽과 어울릴만한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고 조금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예정입니다. 이런 새로운 작업들과 함께 기존의 아트 프레임 등을 조금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오래 함께 하고 싶은 편안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 혹은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래서 쉽게 질리지 않는 클래식함을 담고 싶습니다. 아무 무늬도 없는 깨끗하고 하얀 셔츠와 자켓, 청바지처럼 말이죠. 제 작품으로 인해 우리가 접하는 사소한 일상들이 조금 더 감각적이며 즐겁고 편안하길 바랍니다.

엔오피en o p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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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작은 친구(가제) 


Exhibited by dozamm




(전시 서문)





2023. 02. 08 - 03. 05


MAKEFOLIO Seochon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7, 메이크폴리오 서촌




  디자이너 이정혜는 합판 짜맞춤으로 가구를 제작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연구하여 2016년부터 도잠을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완벽한 유격으로 못과 나사가 없이 나무의 맞물림만으로 강력한 내구성을 증명했으며, 나무의 결과 색을 그대로 살려 천연 재료의 개성을 자연스럽고 깊이감 있게 보여줍니다. 전체 공정 직접 생산 방식으로 여성 작업 공동체가 정성스럽게 다듬고 보살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쓰기에 편안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도잠의 제품들은 작은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자기 공간을 바꿀 수 있도록 이동성과 가변성을 목표로 합니다. 이정혜는 조선 목가구의 단아함과 모던 디자인의 간결함이 만나는 지점에서 보편적으로 아름답게 스며들 수 있는 스타일을 지향합니다. 동시에, 쓰임의 의미를 감정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 때 사물이 존재가 된다고 믿으며 생명체의 은유를 감춘 귀여운 모습으로 마음을 붙여주는 물건을 만들고자 합니다.

I N T E R V I E W
I N T E R V I E W

Q. 브랜드 이름인 ‘도잠’의 뜻이 궁금합니다. 도잠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도잠은 <귀거래사>를 쓴 옛 중국 시인의 이름입니다. 그는 관직을 버리고 고향집으로 돌아오면서 ‘무릎 하나 들일 작은 집이나 이 얼마나 편안한가’라 하였습니다. 행복한 삶에 필요한 건 큰 집과 많은 물건이 아닌 마음의 평화가 깃든 집과 늘 손이 가는 정든 물건들이겠지요.

 

  그렇게 삶에 꼭 필요한, 본질에 가까운 물건을 만들고자 합니다.


Q. 도잠의 가구의 디자인이나 기술 방식이 궁금합니다. 도잠만의 차별화된 포인트는 어떤게 있을까요?

  도잠은 합판 짜맞춤으로 가구를 만들며, 이는 자체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연구 개발한 기술입니다. 나무가 맞물리는 힘으로 유격 없이 강하게 결합시켜 오랜 시간을 버팁니다. 또한 자연 그대로 나무의 색과 결을 살려 만들 때마다 모두 다른 무늬가 됩니다.


  저는 단아한 외형 속에 견고한 구조를 감춘 조선 목가구의 전통을 잇는 법을 고민합니다. 여기에 모던 디자인의 단순한 아름다움을 이상적으로 결합해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뼈대만을 남기는 동시에 그러한 구축적 형태가 솔직한 아름다움으로 표현될 수 있게 합니다.


Q. 못과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짜맞춤으로만 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신기합니다.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전통적인 생활양식은 근대화운동 이후에 급속하게 뿌리가 뽑혔고, 하루아침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적인 형식에 몸을 맞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의 문화적인 원형으로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현대적인 생활양식이 가져다 준 효율적이고 편리한 형식 또한 이제는 잘 수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합판으로 짜맞춤을 실현한다는 생각 자체는 무척 이질적으로 느껴졌겠지만, 짜맞춤으로 가구를 제작하면 부가적인 결합 장치가 없기 때문에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이 만들어집니다. 도잠의 가구는 과거로부터 구조의 개념을 가져오면서도 현대의 재료와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Q. 여성 작업 공동체를 구성하게 된 히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디자이너로서 저는 저의 여성적인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도잠의 가구로 옮겨진다고 느꼈습니다. 저희는 수공업적인 제조 방식으로 가구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저는 도잠의 가구가 여성의 손길로 완성되기를 바랐습니다. 자재 실측과 설계, 재단, 모서리 가공과 조립, 칠 작업과 포장, 검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대형 가구를 주문 제작하는 일도 종종 있어서 여성들에게 수월한 일은 아니지만, 힘을 합치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사실 단순히 ‘여성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정도의 생각이었는데요, 시간이 가면서 오히려 제가 더 이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단단한 공동체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Q. 도잠의 제품들은 옮기기 쉽고, 조합하여 사용이 가능하여 사용자가 손쉽게 자신의 공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저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작은 집에서 살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작은 집에서는 하나의 가구가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범용적인 성격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흘러가는 인생에 따라 생활의 패턴이 주기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쉽게 자기 공간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이는 사실 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내가 나의 공간을 제어할 수 없다면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의 힘으로도 쉽게 옮길 수 있는 가구여야 한다고 도잠의 목표를 정했습니다.

Q. 둥근 마감은 도잠 가구의 또 하나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

  인공물은 대체로 직선으로 구성됩니다. 이는 기계공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처럼 정확하고 정밀한 수직과 수평의 선은 어떤 시대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성취하기는 했지만 저는 모든 생명체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편안한 곡선을 살려보고 싶었습니다.


  가구는 기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물건입니다. 집안의 작은 친구처럼 마음을 기대게 되는 면이 있지요. 누군가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존재가 되어주길 바라면서 동그란 모서리나 귀여운 발, 은밀히 감춰져 있는 얼굴 같은 요소를 넣고 있습니다.

Q. 가구를 디자인할 때, 어느 지점에서 주로 먼저 고민을 시작하시나요? 가구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히 여기는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제일 먼저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 개인의 취향이나 감각 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사용자 집단의 요구, 기존 제품의 개선점, 스타일의 의미, 기술적인 성취, 쓸모와 아름다움의 조화,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형태, 이런저런 어려운 난제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솔루션을 제시할 것인지 동시에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 모든 질문의 출발점인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것으로부터 해답이 이끌어져 나옵니다.

Q. 7년간 브랜드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움과 변화도 많이 맞이하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고민이 되던 부분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사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처음 시작은 1인기업이었기 때문에 부침에도 불구하고 생존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함께 하는 식구들이 늘어나고 생산 시설과 판매 시설이 확장함에 따라 상당 규모의 매출을 유지해야 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매출이 너무 많아지는 것도 문제를 초래하는데, 수공업적 생산방식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게 되면 제품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려워 생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역량을 갖출 때까지 판매를 억제하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큰 변화 없이 천천히 느리게 움직이는 인상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매년 적절한 부문에 지속적인 재투자를 통해서 약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왔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위기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나무라는 소재로 가구를 제작하며 환경에 대한 고민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도잠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들이 궁금합니다.

  생산 공정 전체에서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재단하고 남은 나무는 MDF로 재생할 수 있게 순환시키고, 재단에 사용된 날도 금속 재생 처리업체로 보냅니다. 붓으로 칠하는 마감 방식을 택해 마감재가 버려지지 않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쓰일 수 있게 합니다. 코팅이 되지 않은 포장재를 사용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비닐과 폴리스티렌을 씁니다. 자재를 재단한 후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도록 사전에 자재 유형을 잘 분류하여 전달하며, 작업장에서 사용된 여러가지 비품들도 엄밀하게 분리배출되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Q. 메이크폴리오와 함께 하는 전시를 통해 신규 라인을 선보이시는데요. 이번 신규 라인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 특별한 감상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메이크폴리오는 경복궁의 서쪽, 즉 서촌에 위치해 있습니다. 어떤 장소보다도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한국적인 양식을 강하게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형태를 답습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문화의 원형에 더 가까이 다가간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Q.  향후 어떤 방향으로 브랜드가 나아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어떤 브랜드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길 원하시나요?

  ‘작은 집에 사는 법’이라는 도잠의 모토가 저희 방향성을 잘 안내하고 있습니다. 작은 집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공간에 맞춘 가구가 사실은 가장 좋습니다. 도잠은 그동안 모든 생산 공정을 논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조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가구를 쉽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습니다. 


  손님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해결하면서 편리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돕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엔오피en o p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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