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休 (휴)  ː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중, 온전히 나를 위해 할애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휴식은 내일의 또 새로운 하루를 보내기 위한 마음의 준비입니다. 

일상의 나를 위한 작은 행동으로, 하루를 되돌아보고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는 오롯한 쉼과 유유자적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전하는 메이크폴리오 도감점에서의 전시 休(휴)는, 무진 無盡 신원동 작가와 함께합니다.

무진 신원동 작가는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도예가이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도예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도예 작업을 하면서, 무언가를 위해서보다는 온전히 작가 자신을 위한 작업을 시간을 가졌고, 흙을 빚어내는 시간들이 쉼을 위한 하나의 행위가 되었다고 합니다. 



무진 신원동 작가는 향을 피우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기도 하고, 요가를 하며 스스로의 환기와 마음가짐의 시간을 보냅니다.

무진 無盡 신원동 작가와 함께 준비한 전시 休(휴)에서,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하며 나만을 위한 휴식의 새로운 행위를 발견해보세요.



전시 일정

2021. 05. 14 - 2021. 06. 30


전시 장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9길 17,  메이크폴리오 도감


instagram @makefolio_dogam





작가 소개



무진 無盡 ,“다함이 없다.”


무진은 도예가이신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두 번째 이름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밑에서 전통 공예를 일상처럼 몸담아 왔습니다.

사람들과 물건을 통해 공감하는 것을 좋아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가며 어떤 생각을 담아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관계에 많은 의미를 두며 작업에서 서로 다른 것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을 지향합니다. 독특하고 화려한 물건보다는 다른 물건들과 어울리고 모나지 않는 것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공간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업자는 작업에 의도를 담지 않아도 물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옵니다. 

그것은 작가의 언어이며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흙은 다루기 어려운 소재입니다. 공예가는 그 안에서 생각과 표현을 위해 수고스러움을 감내하고 긴 시간을 녹여내야 하는 숙명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은 도자 공예가 가지는 큰 가치이며 공예가가 물성을 극복하며 만들어낸 작품은 흙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의 따뜻한 배려입니다.




INTERVIEW


무진 無盡 신원동 작가의 휴식



저마다의 휴식하는 방법이 다른데, 작가님께서는 어떤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시나요?
향을 하나 피워두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봅니다. 책을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며 읽기보다는 잠시 집중이 안될 때 음악을 듣기도 향을 맡기도 합니다. 
또 그렇게 환기가 되면 다시 책을 봅니다. 그런 일련의 행위보다는 그러한 시간 자체가 휴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온전히 작가님을 위한 시간을 위해 요가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요가를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 어렴풋한 기억으로 요가 비디오를 본 적이 있는데 따라 하면서 처음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은 아니었어요. 이 때문에 어릴 적 메신저 아이디도 '요가 소년'이었습니다. 별명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요가가 유행하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기가 쉬워져 운동 겸 재활 삼아 일주일에 한 두 번 씩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작가님도 번아웃을 경험하신 적이 있나요? 
있으시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번아웃은 항상 느끼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 사람들 중에서 번아웃을 못 느낀 사람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거나 번아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신을 몰아붙여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무기력함이 올 때나 모든 것들에 흥미를 잃었을 때 저는 그냥 내버려 두려고 합니다. 


'번아웃'이라는 건 무언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오는 것인데 그것조차 무언가를 하고 노력해서 극복하려 하는 것이 결국 쳇바퀴같이 반복되는 문제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그런 내버려 둠, 쉼이 있다면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또, 진정한 휴식이란 아무것도 안 하고 자신을 비워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비어있으면 공간이 생깁니다. 빈 공간에는 새로운 것이 생겨날 수 있고, 무언가 즐겁고 신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선, 먼저 비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을 떠나서 쉼이 필요할 때, 도예 작업이 작가님께 하나의 휴식을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하나요?

한참 일을 하면서 지루해 할 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취미로 도자기를 해보라는 이야기들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어릴 적부터 좋아서라기보다 일로써 도자기를 접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환기가 됐던 말이었는데 그 뒤로는 무언가를 위해서보다는 온전히 저를 위한 작업의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작업이 가장 좋아하는 작업이고 재밌게 하는 작업입니다.





작가 이야기




도예가의 길을 걸어오시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도예가이신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도자기를 접했습니다. 이천에서 나고 자라며, 주변에 같은 직종에 있는 분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이렇게 막연히 도자기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초, 중학교를 도예와 관련된 활동을 시작으로 한국도예고등학교를 입학하면서 전문적으로 도예가의 길로 걸어오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져오면서, 맥락을 가진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현대의 정서에 맞는 것들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도예 장인이신 아버님과, 본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작가님만의 철학이나 추구하시는 가치가 있다면?

보여지는 작업물의 형태로는, 아버지와 맥시멀함과 미니멀함의 차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체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안 자체가 ‘합리적인 것’에 중점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합리적일 것인지에 대한 체계를 만들고 정리해 나가며 작업을 하려다 보니,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과 '기준이 되는 것'들이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저는 많은 것들을 작업에 담기보다는 단색이나 단정한 선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 중 선은 가장 직접적이며 형태를 만들 때 가장 영향이 큰 디자인 요소이기에, 다른 부분보다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수하는 작업의 네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 둘째 - 모나지 않은 것, 셋째 -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넷째 - 최소한의 것. 이러한 기준을 기둥 삼아 ‘저’라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저는 언제나 ‘사람’이 주목적이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신념을 타인뿐만 아니라 제 스스로에게 더욱 적용하려 합니다. 일례로, 목적을 이루려다 보면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만 여기기 쉽습니다. 때문에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며, 그러려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 혹은 영감을 어떻게,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생활과 밀접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습니다. 음식을 만들며 식기를, 방을 꾸미며 가구를, 휴식을 취하며 향로와 오브제들을 디자인하고 만듭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표현을 보고 영감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유물들 또는 작가들의 작업물들은 각각 사람들의 언어이자 그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석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표현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전통이나 한국적인 작업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으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회의 변화는 빠르지만 문화의 변화는 느립니다. 한국은 사회 변화가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된 나라입니다. 때문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좋은 전통들이 많습니다. 전통문화의 대부분이 그러한데, 현재 남아있는 전통들은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발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문화의 변화가 느린 것은 사람의 정서가 바뀌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몇백년의 기간동안 우리가 지녀온 정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 적응해 온 것들이 아니라, 오랜 기간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것들을 찾아 다시금 지금의 사회에 맞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최근 들어 도자와 공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자기에 관심이 있는 대중의 수가 한정적이라, 공예 시장 내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새로운 것들을 만들기보다는 그들의 니즈에 맞는 합리적 물건을 만들어야 했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업물이 나오기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기존의 대중의 범주를 넘어서, 새로운 사람들이 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저희의 입장에선 실험적인 작업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테이블, 조명, 화장실 청소솔 등 공간을 위한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제약을 두지 않고 계신 점이 인상 깊습니다. 

여태껏 만들어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물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버드 피딩이라는 문화를 알게 되어서 이와 관련된 물건을 만들어 보고싶어요. 새롭고 좋은 문화를 알리는데 적절한 물건이라면, 언제든 작업해 볼 생각이 있습니다.


혼자 작업을 하시면서도, 관계에 많은 의미를 두는 작가님의 가치관도 흥미롭습니다. 

함께 만든 작업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카페 진정성과 했던 다기 시리즈입니다. 다른 일정으로 시간이 너무 촉박해 처음엔 협업 요청을 거절했었는데, 이후 협업을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하시며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어 함께 작업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작업물인 다관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즉흥적으로 아버지의 다관을 세트에 추가하는 과정도 재밌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스테이폴리오, 그리고 메이크폴리오와의 협업에 어떠한 의미를 두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스테이폴리오는 재미있는 조직 같습니다. 보통은 공간을 가지고 활용하거나 판매를 위한다는 목적에 그치는데,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스테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스테이폴리오가 그 공간에서 사용 가능한 물건들 만들고자 하는 점이 단순히 물리적인 이점뿐만 아니라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에는 물건을 넘어서 또 다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어떤 사람들이 사용하기를 바라시나요?

단순히 예뻐서, 혹은 누군가가 좋아해서 유행과 같이 물건을 사는 사람들, 소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보다는, 제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하고 이해하는 분들을 좋아합니다. 예전에 어떤 인플루언서 분이 우연히 제가 만든 컵을 사용하시게 되었는데, 그분이 홍보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기보다는 몇 년이 지났는데도 말끔하게 사용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유약의 특성상 스크래치에 취약한데, 몇 년간 스크래치 하나 없이 조심히 사용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물건을 아껴주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진이라는 브랜드를 대중이 어떻게 인식하길 바라시는지, 무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기준이 되고 싶습니다. 특이하고 독특한 작업 혹은 수준 높은 작가로 기억되는 것보다 동양적, 한국적인 공예의 기준이 되고 싶습니다. 또 동양 공예라고 하면 일본으로 대변되기 쉬운데 그런 것이 아닌 한국의 공예 언어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작가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