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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릇‘의 규정된 쓰임과 언어적 의미에 익숙해져 있다. ‘그릇‘이라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바라보는 것과, ‘그릇‘의 본질적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에는 분명한 다름이 있다.
이진선 작가는 단순한 흑백논리로 ‘그릇을 그릇이다 - 아니다‘라고 규정짓는 편협한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의 형태적 특징에 집중하고,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좁고 깊은 것’
작가 이진선은 작업 전반에 내성을 녹여내 작업물을 만든다. 
다른 곳에 마음을 둘 여유조차 없는, ‘좁고 깊은 것‘이 자신과 닮아있다고 생각하여 더 좁고 높은 물체를 만들어왔다.
외형으로 보이는 얇지만 단단한 기벽은 작가 스스로 쌓은 성벽을 뜻하며, 깨질 듯한 모양새는 얄팍한 작가의 성질을 묘사한다.





전시 일정 2021. 07. 14 - 2021. 08. 29

전시 장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9길 17,  메이크폴리오 도감

@makefolio_dogam





작가의 이야기



이진선 lee jinseon


이진선 작가의 작업에 대상이 되는 사물은 기(器)입니다. 작가는 그릇이 가진 형태적 특징에 깊은 애정을 가져오며, 그릇을 만드는 일을 진심으로 대합니다. 

작가는 그릇의 자태가 얇은 기벽에 기대어 수직으로 중력에 맞서 서 있는, 가녀리고 연약한 사람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여깁니다.




Q. 도예 작가로서의 첫 시작은 어떠했나요?


A : 도예를 전공하게 된 시작은 강제적이거나 불가피한 것은 아니었어요. 어릴 적부터 무언가 몸을 치열하게 움직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책상 앞에서 곰곰이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말로 무언가를 표현하기보다, 결과물을 위한 과정 속에서 치열하게 몸을 움직인 다음 구석구석 제 손길이 닿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에 흥미를 느껴왔습니다.

공예를 전공하면서 공예가 처음부터 끝까지 재료와 만드는 이 사이의 맹렬한 밀고 당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저는 그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을 마주하는 것에 큰 희열을 느껴 자연스레 공예를 제 업으로 삼게 되었어요. 학부 때 금속공예와 유리공예를 접하기도 하였는데, 그 중에 도예를 선택한 것은 재료 속에 온전한 ‘나’를 녹여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어요.



Q. 작가님은 어떤 방식으로 주로 작업을 하시나요?


A : 저는 주로 흙줄을 말아 손으로 꼬집어 형태를 만드는 핀칭 방법을 통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 방법은 손을 통해 흙의 촉감과 밀도, 두께 등과 같이 재료 깊숙한 부분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흙의 촉감을 느끼고 표면을 다듬으면서 흙 위에 손자국이 남게 되는데, 저는 이것이 비로소 재료와 제가 하나가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떨림과 긴장을 재료로 온전히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제가 다른 재료가 아닌 흙을 선택한 이유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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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그릇이 단지 식탁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미적 가능성을 지닌 대상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릇의 형태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릇이 지녀야 할 실용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배제한 채 제작합니다. 사용성이 돋보인다면, 그릇은 그저 편리한 사용을 위한 도구로 남아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능성이나 편리성과 같은 요소들을 그릇이 가진 본질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그릇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경험하며 생각의 확장을 돕기를 바랍니다. 굳이 실용적인 그릇을 만들지 않아도 편리하고 아름다운 그릇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이진선 작가는 본인만의 사물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그릇을 그릇이라고만 생각해서 조금 속상하기도 합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같은 마음이시겠지만, 작업물을 만들 때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하면서 만드는데 말이죠. 제가 만든 작품을 조금 더 다르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이건 단순히 하나에 불과하는 그릇이 아니란 말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 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사람들이 제 그릇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루시면서 잘 안 쓰는 근육들을 함께 사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제 작업을 일상에서 다루거나 사용하시면서, 편안함보다는 조금은 긴장되고 조심스러워하는 지점에서 느끼는 감정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 작가 노트 ‘좁고 깊은 것’


‘좁고 깊은 것’은 ‘나’ 그 자체이기도 하며, 작업 전반을 이루는 형태적 특징이다. 좁고 깊다는 것은 비교적 명확한 방향이 있음을 나타낸다. 

나는 하얀 벽을 도화지 삼아 오로지 내 두 손으로 형태를 만들고 조각한다. 척박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물체는 다른 곳에 마음 둘 여유조차 없는 좁고 깊은 나를 닮아 더 좁게 높게 향해간다. 옛말에는 그릇을 마음에 비유하는 말이 있는데, 좁고 깊은 그릇은 나를 참 많이 닮은 듯하다. 얇지만 단단한 기벽은 내 스스로 쌓은 나의 성벽이며, 깨질 듯한 모양새는 얄팍한 나의 성질을 나타낸다.


그릇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릇이 어떻게 실용적으로 쓰이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릇이 쓰여야 한다는 것을 조금만 양보한다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쓰이는 것이 그릇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릇의 본질을 충실히 이행하는 저렴하고 일상적인 그릇들이 많다.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 매일매일 그릇의 본질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꼭 내가 만들지 않아도 너무나 멋진 그릇들이 주변에 즐비해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좁고 깊은 것>을 만들기로 했다.



전부를 포용할 수 없는 나의 좁고 깊은 그릇은 한 발짝 멀리서, 피부에 직접 닿는 것보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나에게 있어 그릇은 담을 수 있으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다. 주전자의 물대가 얇아서 물이 콸콸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손잡이가 얇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해도 괜찮다. 우린 적당한 어딘가를 찾을 테니까.


바닥과 벽면이 있어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담을 수도, 비울 수도 있다. 나는 내 그릇에 무엇이 오랜 시간 담겨 있기보다 오래 비워두는 것을 선택했다. 나의 작업을 소장하고자 하는 이에게도 기꺼이 비워두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텅텅 비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무언가의 방해 없이 켜켜이 쌓인 나의 시간과 다른 이의 시공간이 합쳐진 덩어리가 채워질 것이다.






Q.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 정교한 손 성형으로 ‘좁고 깊은 것’이라는 제가 가진 내면을 도자기에 빗대어 형상화하려 합니다. 그릇을 표현의 수단으로 취하기 위해 그릇이 가진 실용성을 형태에 양보하여 가녀린 오브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도자를 하다 보면, 각자 가지고 있는 형태감이 있어요. 수업에서 다른 동기들과 똑같은 주전자를 만들거나 해도, 작품만 보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고, 자기만의 형태가 있는 게 신기하더라구요. 제가 만든 건 한 눈에 보아도 제가 만든 거에요. 그런 모습들이 다 각자의 내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작품 대부분을 형태에 의지해서 만들고 있어요. 


그릇을 만들고 있긴 하지만, 사용하는 것 보다 내가 가진 형태감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왜 이런 형태일까?’, ‘왜 나는 이렇게 만들 수 밖에 없을까?’ 이런 부분들을 고민하다보니, ‘다 내성에서 비롯된 거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그릇이나 사물이 가진 규칙은 작품에 영감이 됩니다. 그것들을 이루는 안정적 균형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저 자신의 내면을 닮은 긴장을 표현하려 해요. 또한, 저는 작업을 통해 그릇이 가진 금기들을 조금씩 깨나가면서, 그릇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하고 싶어요.







Q. 향후, 세상이 작가님을 어떻게 기억해주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싶으신가요?


A : 심오한 질문이네요. 제가 하는 작업 자체에서 저는 특별한 테크닉과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요. 손으로만 작업 한다는게 최소한의 도구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가 사용하는 테크닉들은 도예 1학년 첫 전공 시간에서 배우는 아주 기초가 되는 작업입니다.  저는 그게 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도구,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다보니 한정적이고 제한되는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남들이 보았을 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항상 차별점을 두려고 노력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Q. 시간이 흘러가면서, 작업물의 형태도 많이 변할 수 있겠네요.


A : 시간이 지나면, 또 제가 어떤 형태와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저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는 것에 따라서, 형태도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의 저는 사람들을 넓게 포용하지 못하고 좁은 사람이기 때문에, 좁고 가는 형태를 계속 만들고 있고 이것들이 저의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중엔 지금보다 더 좁고 긴 형태의 작품이 될 수도 있고, 더 넓어질수도 있는거잖아요. 그때가 되어봐야 알 것 같아요.


저는 제 작품이 신선하고 젊게 다가가길 바라고, 4,50대가 되면, 어떤 작가로 읽혀질지는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요. 현재의 20대에 머물러 있는 제 작업물을 감상하시면서, 20대의 이진선은 저런 마음으로 작업하는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작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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